[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0일 "부동산 시장 과열을 빠르게 차단하는 것이 서민 주거 사다리를 지키는 길"이라며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스트레스금리 상향, 고가 주택 대출 제한 등 연이은 규제에도 서울 주요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도 부동산 대책을 제대로 두둔하지 못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동산 정책 세우랬더니 철책 세워"
정무위는 이날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거래제한 규제 등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효성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의 주거사다리를 끊은 정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서민, 실수요자, 청년층, 신혼부부가 어떻게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 기회를 넓힐 것이냐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은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어서 빠르게 차단하는 게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장 대출을 더 일으켜서 (주택 구입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주거 안정도 이루지 못하고 부동산 측면에서 불안을 자극한다"며 "지금은 빨리 수요를 안정화하고 그다음에 부동산 시장에 안정 기금을 만들고, 공급 대책도 당연히 추가해야 한다. 이 부분도 신경 쓰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6·27 규제로 처음 한 달간은 집값이 잡혔다가 이제는 거의 회복됐다"며 "집값이 안 잡히면 보유세 강화 등 강력한 금융 규제가 도입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질의했습니다. 유 의원은 "서울의 소형 평수 가격이 10억5000만원인데 이번 대책으로 현금 6억3000만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서울 2인 가구 소득이 월 평균 547만원인데, 이 금액을 맞추려면 단 한 푼 안 써도 10년을 저축해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질의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로부터 증여나 상속받아서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집을 살 수 없는데 이게 정당한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는 "대통령 참모실 20명이 규제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데 그 중 10명은 실거주를 안 한다"며 "국민 거주이전의 자유는 제약하고 본인들은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통 사람들은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 옮기면서 돈 부족하면 대출 받는 게 소박한 행복인데 정부가 왜 이를 걷어차느냐"면서 "부동산 정책을 세우랬더니 철책을 세웠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달라"고 질타했습니다.
같은 당 이양수 의원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젊은이들과 신혼부부들은 '아 진짜 이런 개XX' 이렇게 말을 한다"며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은 국민들이 어떤 단어로 반응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대통령실 비서관의 36%가 강남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규제 전에) 자기들은 샀다. 그러니까 (서민·실수요자들이) 열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김상호 (대통령실 보도지원) 비서관은 강남에 다세대 6채, 구의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집 없는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은 왜 안 파냐"면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경우 보통 자기 지역구에 집을 보유하는데 지역구는 전세를 살고, 강남이 오르니까 강남에 산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의원은 "6· 27 규제는 성공했지만 단기 대책이다. 공급을 해야 한다"며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을 해야지, 금융정책으로 부동산을 잡겠다 하면 무조건 반대해라"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고가 주택 중심으로 신고가…불 번지는 것"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다른 국감과 달리 부동산 분야에 있어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금융위를 두둔하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만이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된 국민들의 걱정과 방향에 대해 고심이 왜 없겠냐"고 말한 게 전부입니다.
이 위원장은 "이번 6 ·27 대책으로 대출이 많이 줄었다"며 "그럼에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발생하니까, 그다음 아파트로 불이 번지고 있는 것"이라고 대책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이것을 방치하면 부동산 반등이 일어나고 주거 불안,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기에 비상 조치로 토지거래허가지역을 지정했다"며 "저희 고민이 주거 사다리 문제다. (이번 규제가) 땜빵이 아니라 제도 설계 단계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은 LTV(담보인정비율) 70%는 그대로 가고, 서민·실수요자·청년·신혼부부들이 사용하는 보금자리론과 디딤돌 같은 정책성 금리는 한도나 대출 비율을 건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결국 대출을 일으키는 게 주거 사다리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서민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언급, 집값 과열 움직임이 장기화하면 추가 카드를 꺼내 들 것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등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안에 대해선 "관계 부처들과 막바지 조율 단계로 연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제도의 기본 원칙은 지키면서 실용적인 방법으로 당장 문제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