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부동산 문제와 강성 의원들의 잡음 논란으로 여권에 악재가 쌓이고 있습니다. 규제 위주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강한 반발심이 작용하는 와중에 여권 인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동시에 추미애·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자극적인 발언과 독단적인 국회 상임위원회 운영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습니다. 집권 초반, 국민 신뢰에 타격을 주는 요소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이재명정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왼쪽)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각각의 상임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15 대책 '부적절' 44%…'부동산 악재' 그림자
24일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44%로 '적절하다'(37%)를 앞섰습니다. '모름·응답 거절'은 19%입니다.
앞서 정부는 투기 심리 억제를 위해 수도권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대출을 조이는 내용이 담긴 10·15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주택 공급 대책 없이 주택 매입을 막은 대책에 실수요자들은 한숨짓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고심하는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강화 여부와 관련해서도 '현 수준 유지'와 '낮춰야 한다'가 각각 33%·27%를 기록하며, 보유세 강화에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났습니다.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26%에 그쳤습니다.
해당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3%입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설정이 여론과 다소 괴리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여권 인사들의 실언은 민심을 자극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던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매)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결국 이 차관은 지난 23일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의원에 이어 윤준병 의원이 이 차관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고위공직자들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며 "장본인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같은 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재정비사업지를 찾아 "자신들은 게걸스럽게 집어먹다가 접시까지 삼켜놓고 국민을 향해선 집 한 채 마련조차 죄악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고약한 머리에서는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면서 "내로남불하는 국토부 차관 등을 즉각 경질하는 것이 정책 방향 전환의 시작"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장 대표는 당내 설치한 '부동산 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으며 대대적인 '부동산 공세'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민심 악화와 야당의 맹공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또는 폐지까지 검토되고 있습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8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노무현정부에서 도입된 뒤 유예를 거듭하다 문재인정부에서 부활했지만 아직 부과 사례는 없습니다.
초과 이익을 환수해 분배한다는 개념이 깃든 제도인 만큼 보수 정권에서는 완화·폐지를, 진보 정권에서는 유지를 고집해왔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에 재초환 완화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슈 메이커' 추미애·최민희…"심각하게 보고 있다"
당내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최민희 의원이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습니다. 중재자 역할을 잊은 채 야당과 직접 싸우는 것은 물론, 과도한 행보로 논란을 만들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 위원장의 경우 처음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간사 선임을 막아서며 '추·나 대전'에 불을 지폈습니다. 지난달 22일 검찰 개혁 입법 청문회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과 거세게 항의하는 나 의원을 향해 "검찰을 개혁하면 큰일 나는가"라며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말했습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윤석열씨와 나 의원의 사적 인연을 부각한 발언입니다.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법사위 차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강행하는가 하면, 지난 13일 대법원 국감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하며 질의응답을 요구해 사법부와의 대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다음날 법무부 국감에서는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받은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양평군 공무원 사망사건을 두고 "타살 의혹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발언에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 위원장이 있는 과방위에서는 국감 돌입 후 매일 새로운 논란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과방위 국감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욕설 문자'로 충돌했을 당시 최 위원장은 취재 중인 기자들을 향해 "나가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퇴장을 요구해 독단적인 운영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20일 MBC 국감 비공개 업무보고에서는 본인이 나온 뉴스가 편파적이었다며 국감장에 있는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MBC 기자회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고 언론과의 갈등으로 격화했습니다.
또한 최 위원장은 국감 기간 국회에서 진행한 자신의 딸 결혼식을 지적하는 박정훈 의원과 공방을 벌였는데요. 최 위원장은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집안일이나 딸의 결혼식을 신경 못 썼다"고 토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거듭된 논란에 당 지도부도 최 위원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원내지도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과유불급"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