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을 두고 윤석열씨는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법정에서는 이런 말과 충돌하는 증언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윤씨의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한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이 윤씨의 기존 진술을 정면으로 부인하거나 그와 상반된 내용을 진술한 겁니다. 윤씨가 그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했던 거짓말은 스스로에 대한 덫이 되고 있습니다. 내란·외환 혐의 공판에서 윤씨는 점점 더 수세에 몰리는 모습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씨의 비상계엄 직후 발언을 진술했다. 송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계엄이 '질서 유지'라던 윤석열 주장과 '어긋난' 송미령 증언
지난 10일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혐의 재판에서는 윤씨가 지난해 12월3일 계엄을 선포한 직후 대접견실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가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날 재판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송 장관은 윤석열정부에서도 농림부 장관을 지냈고, 이른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도 참석을 한 바 있습니다.
이날 내란 특검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미령 농림부 장관에게 "윤석열씨가 비상계엄 선포 후 접견실에 들어와 뭐라고 했느냐"라고 묻자 송 장관은 "(윤석열씨가) '막상 (계엄을) 해보면 별것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윤씨가 비상계엄 선포 당시 특전사 요원들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를 '질서 유지'라고 설명한 기존 주장과 충돌합니다. 송 장관의 진술은 계엄 선포 당시 윤씨가 계엄 집행의 중대성에 비해 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송 장관의 진술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당시 어떤 뉘앙스로 윤씨의 발언을 들었느냐를 증언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윤씨가 그간 했던 주장과 달리 '청자'(聽者)는 그의 발언을 실제로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던 겁니다.
이 과정은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둘러싼 질의로도 이어졌습니다. 특검은 윤씨가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가 당분간 가야 할 행사를 총리님이 대신 가주셔야겠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특검은 "(계엄이) 일시적, 경고성이라면 '당분간'이라는 말과는 상충하지 않느냐"고 하자 송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일회성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도 '윤씨가 경고성 비상계엄'이나 '일시적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송 장관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 3일 윤석열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곽종근, "윤석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라고 말했다" 폭로
윤씨가 했던 발언의 논란은 지난 3일 열린 재판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날 윤씨의 내란·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뒤 만찬 자리에서 "윤씨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을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말했다"라고 폭로했습니다.
이 증언은 윤씨 측이 곽 전 사령관을 반대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윤씨 측은 곽 전 사령관의 기존 진술을 따져 묻기 위해 "당시 정치인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아니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유도신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곽 전 사령관으로 하여금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당시 상황을 진술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윤씨 측이 반박을 시도한 부분이 되레 새로운 폭로를 이끌어낸 겁니다.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은 단순한 폭로가 아닙니다. 윤씨가 계엄 즈음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상황을 매우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일회성 계엄', '경고성 계엄'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습니다. 나아가 내란 혐의 재판부가 윤씨의 발언 전반을 어떤 신뢰도로 평가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