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인데요.
미국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은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8.2% 성장해 2033년에는 98억달러(약 14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23년 약 518조원에서 2029년 약 86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시작으로 KT목동 IDC, NH·KB 통합 IT센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습니다. 올해에도 금천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 가산'과 용인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준공했으며, 국내 데이터센터 매출은 2021년 1000억원에서 2024년 6500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사진=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를 회사 차원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3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데이터센터 안정성 인증 제도의 최고 등급인 '티어 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냉각기술 전문 기업과 협업해 차세대 열관리 방식인 액침냉각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 서울 금천구에 '가산 데이터센터'를 준공했습니다. 호주 'DCI Data Centers'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추진한 이 프로젝트에서 단순 시공을 넘어 시운전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는 커미셔닝 업무까지 수행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김포 데이터센터도 착공했습니다.
GS건설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등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경기도 안양시에 '에포크 안양'을 준공하며 개발·운영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한화 건설부문도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무중단 전력 공급과 초정밀 냉각 시스템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공사로, 설비 비중이 크고 기술 요구 수준이 높아 일반 건축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습니다. 주택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이 열리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으며, 높은 진입장벽만큼 각 사가 전략사업으로 중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부지 부족과 전력 공급 한계로 비수도권으로의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SK그룹이 AWS와 손잡고 울산에 7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주택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고 개발형 사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데다 시설 운영 시 장기적 수익도 확보할 수 있어 건설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