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전문가’ 이대식 유라시아21 회장이 25일 <뉴스토마토>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 간 핫라인을 개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에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크지 않았던 점 △유럽도 28개 조항을 24개로 바꾸는 수정대안을 제시한 점 △우크라이나의 비군사 요구에 미국이 80만 군대를 60만으로 줄이는 정도로 조정하며 러시아 군대 주둔을 확인한 점 등을 거론하며, “판은 다 짜졌고,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러시아 정부와의 핫라인 복구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또 2023년 러시아가 163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에 개방한 사건과 관련해서 “‘중러밀착’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중국 세관 통과 후 항구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두만강에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자동차교량이 건설 중인데 재미있는 것은 교량 높이가 7m라는 점”이라며 “상선이 지날 수 없다”고 말하고, “러시아의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소개했습니다. 중국 상선의 통과를 허용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뜻입니다.
러시아가 중동의 동반자, 균형자,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회장은 “러시아가 시리아의 소수 시아파정권을 지원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력을 옮기면서 시리아를 잃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시리아 정권이 러시아에 이스라엘로부터의 보호 역할을 요청했다”며 “러시아는 서방과 이스라엘로부터의 현상 유지를 위한 보호벽”이라며 “중동 국가의 내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정권 교체도 시도하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이대식 유라시아21 회장이 중동에서 러시아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뉴스토마토)
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는 북극항로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이 회장은 “북극연안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에서 쫓겨난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만들면 중국, 인도, 베트남도 참여할 수 있다”며 “그동안 싱가포르가 주요 허브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출발한 화물이 싱가포르를 거쳐서 유럽에 갔기 때문인데 북극항로가 열리면 상해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부산항을 거치게 된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북방과 남방을 연결하는 메가브리지를 구상하고 있는데, 동남아·남아시아·동북아시아과 북극, 유럽을 잇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며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면 북서항로(NWP), 즉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어지는 큰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일과 북중러 간 긴장에 대해서 그는 “신냉전은 과거 문법”이라며 “지금의 블록화는 기술과 공급망, 플랫폼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하고, “최상위층을 독식한 미국 애플사에 중국이 도전하면서 설계기술과 노하우가 쪼개지고 단일한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리되고 있다”며 “‘생산의 국지화와 소비의 세계화’ 맥락에서 보면 현재 블록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LNG 개발을 논의할 때 한국의 특수선을 쓰자는 말이 나오게 하려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소개하고, “좌고우면 하지 말고, 중국·러시아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결국은 북극항로와 미국, 러시아가 지닌 거대한 에너지가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 인도까지 쓰이게 될 것”이라며 “LNG선을 만들 때도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북극항로를 봐서도 부산항에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