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론스타 악연'이 남긴 교훈

입력 : 2025-12-01 오전 6:00:00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 완승으로 마무리된 한국과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은 '먹튀'와 '매국'이라는 단어로 점철된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편법으로 사들이고 9년 뒤 수조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아넘긴 과정에서 '경제·금융 관료들이 뒤를 봐줬다', '먹튀를 도왔다' 식의 프레임으로 국론이 분열되기까지 했다. 
 
금융당국은 ISDS 취소 절차에서 승소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완승했다"고 자평했다. 당국은 "국제법적으로도 적법 절차의 원칙을 명확히 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도 했다. 론스타가 적반하장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돈을 물어주지 않게 된 건 다행이지만, 정부의 자화자찬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먹튀'와 '매국'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도 읽힌다.
 
론스타와의 악연 속에 경제·금융 관료들도 홍역을 치뤄왔다. 매 정권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관련 승인에 관여했던 전·현직 관료들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매각 과정에 관여했었고, 한덕수 전 총리는 론스타 법률대리인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을 때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다.
 
2011년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할 때 승인 등을 담당했던 금융위원회 고위직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당시 위원장),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당시 부위원장),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당시 사무처장) 등이 있다.
 
물론 사법부는 정부와 관료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핵심 쟁점인 ‘외환은행 BIS비율 하향’과 ‘론스타 인수 적격성 부여’를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예정된 파국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고려한 정책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다만 론스타가 '먹튀'를 통해 손에 쥔 막대한 수익을 환수할 길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승소를 자화자찬할 일인지는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장기적인 성장보다 투자금 회수에 급급했다. 금융당국도 고배당을 통해 외환은행 이익을 빼가는 데 속수무책이었다.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2012년 지분 매각을 완료할 때까지 거둬들인 순수익은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보고 매각하고 나간 론스타에 한국 정부가 정말 승리한 것이 맞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어느 정부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다툰다거나 면죄부를 찾기보다는 '론스타 악연'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사건에서 교훈을 찾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 세금 포탈, 투자자 외면 등 권력층이 깊이 관련 된 이 사안에 대해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론스타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다. 완승으로 끝나긴 했지만 앞으로 정책적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 숙제로 남은 상황이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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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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