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전세시장이 극심한 공급난에 빠지면서 이른바 '전세 난민'이 대거 양산되고 있습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서울 전세수급동향은 104.4로 집계됐습니다. 월간 전세수급동향 역시 지난 10월 105를 기록해 2021년 11월 108.3 이후 4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기준값 100을 넘을수록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셋값도 크게 올랐는데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14% 상승하며 4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 대비로 2.95%, 2년 전 대비로는 8.71% 치솟았습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12.63% 상승해 지난 2년 사이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이어 영등포구, 송파구, 용산구, 노원구 등이 10% 넘는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송파구 문정래미안은 1696가구의 대단지이지만 전세 매물이 3건에 불과합니다. 인근에 위치한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역시 1265가구지만 전세 매물은 3건입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5173건으로 1년 전(3만3193건) 대비 24.2% 감소했습니다. 특히 강동구(-74.9%), 성북구(-69.2%), 관악구(-61.9%), 광진구(-57.1%) 순으로 매물 감소 폭이 컸습니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난의 핵심 원인으로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지목됩니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해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자 신규 전세 물량이 급감한 것입니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집에 눌러앉는 비율이 10·15 대책 시행 뒤 한 달 동안 25%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발 전세난은 경기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10월 154.6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로, 150을 넘으면 통상 대란 수준으로 봅니다. 하남과 성남 분당, 광명, 구리 등 서울 인접 지역은 경기도 평균보다 최대 4배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입주 물량 감소 역시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1400가구로 올해 4분기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입니다. 경기도 입주 물량 역시 35% 감소가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공급 부족 속에 전세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3년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연간 1만 세대 수준에 불과해 전세 매물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에서 경기도 외곽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흐름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