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부터 마이크론까지…일, 반도체 기업 유치 박차

파운드리·메모리 줄줄이 투자…경쟁력 제고
“현지 기업, 빅테크와 경쟁 어려울 것” 경고

입력 : 2025-12-04 오후 2:33:22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일본이 반도체산업 부활을 목표로 해외 반도체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이 참여한 ‘라피더스’를 출범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왔지만 가시적 성과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주요 기업의 진출로 시장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일각에서는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경쟁 구도에 놓이게 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마이크론. (사진=연합뉴스)
 
4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정부·민간 합작 기업인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칩 제조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아폴로 계획과 같은 수준의 기술적 정밀성과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평했습니다. 설립 3년 만에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이 준비 중인 2나노 공정에 도전하는 만큼, 대대적인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일본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1조5000억엔(약 14조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정부도 5000억엔(약 4조7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일본은 파운드리 공장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최근 2조1000억엔(약 19조8900억원)을 들여 일본 구마모토 2공장 건설을 본격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도 1·2공장 도합 1조2000억엔(약 11조37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갔습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립된 TSMC 공장. (사진=뉴시스)
 
이는 한국과 대만 등보다 반도체 기술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맞춰 반도체 패권 경쟁을 동참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닛케이는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에 대해 “세계 굴지의 차세대 HBM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술에서 앞서가는 SK하이닉스를 쫓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경쟁국 추격을 의식하고 반도체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지난달 라피더스 지원 계획을 밝히면서 “국익을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계속해서 성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기업의 적극적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자국 반도체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반도체산업 육성에 일부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TSMC, 마이크론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기업을 대규모로 유치하면서 일본 내 파운드리, 메모리 기업들이 자국 내 고객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자국 기업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시키는 게 역효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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