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고착화…개미 떠나는 가상자산 시장

가격 반등보다 거래 위축이 먼저
9~11월 거래량 20% 급감
12월 들어서도 거래 회복 신호 부재

입력 : 2025-12-17 오후 4:37:56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세가 고착화하는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가격 반등보다 거래가 빠르게 식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수치로 확인됩니다. 3개월 연속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월 들어서도 시장 회복의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17일 가상자산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기준으로 가상자산은 올해 9월부터 3개월째 거래량이 하락세입니다. 9월 전체 거래량은 약 1251억 달러(184조6601억원)였지만, 10월 약 1223억 달러(180조5270억원)로 줄고 지난 달에는 약 1002억 달러(147조9052억원)까지 감소했습니다. 불과 두 달 만에 거래량이 19.9% 급감했습니다.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에 앞서 나타나는 대표적 시장 위축 신호입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거래 위축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수·매도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거나 시장에서 이탈했음을 보여줍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거래량 감소는 '코인 개미'들의 발길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금리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되면서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재무 전략 핵심으로 삼아온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세입니다.
 
시장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단기 반등을 노리던 개인 투자자들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1월 급락 이후 이달 접어들어서도 거래량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5대 거래소 12월(1~15일 기준) 거래량은 약 289억 달러(42조6564억원) 수준입니다. 12월의 절반이 지났음에도 11월 전체 거래량 대비 70% 이상 감소한 수준입니다. 가격 조정보다 거래 위축이 먼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상황입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9월 거래량 둔화를 시작으로 10월 감소 심화, 11월 급락, 12월 하락장 고착화라는 흐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유동성의 핵심 축인 개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며 '개미 중심의 유동성'이 약화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가상자산업계는 국내 개인 투자자 중심의 거래 시장이 취약한 유동성 구조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기관 투자를 비롯해 해외 자본이나 외국인 투자가 단계적으로 허용돼야 국내 거래소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는 입장입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법인 시장이 열린다고 하지만 아직 법인 가이드가 확정되지 않아 기관 자금 유입이 사실상 막혀 있다"며 "법인 참여가 가능해져야 개인 투자자 위주의 취약한 유동성 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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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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