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리서치알음이 기술특례상장제도가 '혁신기업 성장 플랫폼'이 아니라 '실패 기업의 상장 지위 출구'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리서치알음은 1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스피어(347700) 합병 사례를 두고 "기술특례 상장사가 본업 실패 이후 상장 지위를 외부 기업에 넘기며 우회상장 플랫폼 역할을 하는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서치알음이 문제 삼은 핵심은 합병 과정에서 공시상 '역취득' 회계처리가 명시됐다는 점입니다. 역취득은 형식상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적 실질에서는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지배하게 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보고서는 이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자들이 우회상장 논의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다만 합병 자체가 공시와 주주총회 승인 등 절차를 거친 만큼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조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제도적 여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보고서는 스피어 합병이 거래소의 '우회상장 심사'로 넘어가지 않고 통상 합병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역취득에 준하는 실질적 지배력 이동이 발생했는데도 우회상장 심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기술특례 상장사가 '쉘(껍데기만 남은 상장회사)'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주주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했음에도 합병 이후에는 우주항공 관련 사업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구조로, 정보 비대칭과 불연속성이 커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리서치알음은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제도 보완 방향도 제시했습니다. 상장 후 일정 기간 기술 기반 사업의 지속성을 요구하는 '사업 연속성 요건' 도입, 합병·지배권 변경 시 실질이 우회상장과 유사하면 형식 요건과 무관하게 심사로 연계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재정비하는 방안, 사업 실체가 완전히 교체되는 경우 상장 유지 요건이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거래소가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하고 시가총액·매출 중심의 상장폐지 요건 정비를 예고한 상황에서, 기술특례상장제도 운영의 사각지대를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습니다. 리서치알음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이 우회상장의 수단으로 악용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거래소와 유관기관의 제도 보완과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