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상법개정 압박에…SK하이닉스 ‘ADR’ 발행 속도전

대미 투자 전략 변화 불가피
ADR, 가치제고 차원서 검토
재공시 앞서 이달 컨콜 ‘주목’

입력 : 2026-01-19 오후 3:56:4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25% 관세를 ‘1단계 조치’로 명시하며 추가 투자 압박에 나서면서, 미 현지에 공장을 증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자금 여력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미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활용 제약’이라는 내부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현지생산’ 강요라는 대외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재무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까닭입니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짓는 신규 공장(팹) ‘P&T7’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현재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달러(5조7024억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향후 무관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설립 등 추가 투자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의 투자 규모 또한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현지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조 단위의 추가 증자나 투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5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수정해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달러(약 54조5195억원)로 확대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 여력이 빠듯한 실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대비 설비투자(케팩스·CAPEX) 규모를 30% 중반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미 600조원 규모의 용인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분기 말 SK하이닉스가 지출한 케팩스는 17조83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7.8%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7조854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사주를 활용해 뉴욕 증권시장에 ADR 형태로 상장하는 방안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ADR은 자기주식을 미 수탁기관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발행한 증서를 미 증시에 상장하는 것으로, 대규모 패시브·액티브 자금 유입이 가능해지고, 환차손 리스크도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제3차 상법 개정안’이 추진 중인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소각 대신 ADR 발행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해 달러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할 수 있고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재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4분기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 콜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재공시 예정일이 4월8일이지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ADR을 비롯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별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라는 기존 주주환원 정책 대신 ADR을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급 환경 개선을 이끌고 주주들의 자본 수익률(Capital Yield)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1분기 내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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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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