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기기로 분류하기에는 규제가 무겁고, 일반 공산품으로 취급하기에는 그 전문성이 아까웠던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들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지난 1월24일 ‘디지털의료제품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신설된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제도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식약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1호로 등록된 삼성 헬스 기능. (사진=삼성전자)
치료는 ‘의료기기’, 관리는 ‘지원기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제품 분류의 명확화입니다. 기존에는 혈압·혈당 관리 앱이나 스마트워치의 건강 기능이 의료기기인지 단순 건강보조(웰니스) 제품인지 경계가 모호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었습니다. 새롭게 정의된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질병의 직접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의료기기’와 달리, 국민의 건강 유지·향상 및 의료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의료기기는 의사 처방에 따라 인슐린 주입량을 결정하는 앱으로 엄격한 허가 대상입니다. 이와 달리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혈당 수치를 기록하고 식단을 관리하는 앱,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워치 같은 것으로 자율 신고를 기반으로 인증 대상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8 시리즈 등에 탑재된 ‘삼성 헬스’의 주요 기능을 식약처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1호 제품으로 등록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신고된 기능은 ▲심박수 측정 ▲혈중 산소포화도 모니터링 ▲걸음 수 측정 등입니다. 삼성 헬스는 수면, 활동, 식이, 마음 건강 등 주요 건강 지표를 추적하고 AI 기반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갤럭시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되어 더욱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합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최종민 상무는 “삼성전자는 예방적 건강관리를 위한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등록을 통해 삼성 헬스가 건강관리의 필수 도구로 신뢰를 더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기기는 허가까지 수년이 소요되어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건강지원기기는 인체 위해도가 낮은 점을 고려해 ‘자율 신고제’와 ‘성능 인증제’가 적용됩니다.
기업은 제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식약처가 지정한 인증기관을 통해 ▲전기·기계적 안전성 ▲소프트웨어 보안 ▲성능 우수성 등을 검증받아 저질 제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자 선택 기준, ‘식약처 인증 마크’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쓸 수 있는 ‘디지털 건강 비서’를 고르는 명확한 기준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시중 웰니스 제품들의 정확도나 보안 문제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으나, 앞으로는 식약처의 성능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 마크가 중요한 선택의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규제는 합리적으로 완화하되 품질 신뢰도는 높이는 전략”이라며, “혁신적인 제품들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와 국민 건강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제도가 안착함에 따라, 앞으로는 단순한 데이터 기록을 넘어 개인 맞춤형 관리를 돕는 다양한 AI 기기들이 ‘식약처 인증’을 달고 우리 일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