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선고가 5일 나옵니다. 이 사건은 윤석열씨 부부가 연루된 공천 거래 의혹의 출발점인 만큼, 재판부가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관련된 다른 재판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걸로 보입니다.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특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이날 오후 2시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합니다.
두 사람의 핵심 혐의는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싸고 정치자금을 주고받았는지입니다. 이른바 '세비 반띵' 사건입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명씨에게 자신의 국회의원 세비 절반인 8070만원을 줬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윤석열씨 부부 등 유력 정치인들과 접촉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성사시키자, 김 전 의원이 22대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길 기대하며 명씨에게 세비 절반을 상납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금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명씨에게 전달됐다는 겁니다.
쟁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돈의 성격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단순한 '금전 이동'을 넘어 정치 활동과의 실질적 연관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씨와 김 전 의원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명씨는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은 공천과 무관한 '급여'라고 주장합니다. 김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총괄본부장으로 일하며 정당하게 받은 대가라는 논리입니다. 명씨 측은 김 전 의원이 강씨에게 명씨의 급여 지급 여부를 확인한 정황, 강씨가 검찰 조사에서 '명씨가 본부장으로서 급여를 받았다'라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해당 금원이 자신과 아예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이 강씨에게 빌렸던 돈을 갚았을 뿐이며, 강씨와 명씨 사이에 오간 돈은 두 사람 개인 간의 문제라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재판부가 명씨와 김 전 의원 사이의 금전 거래를 '공천 대가'로 인정할지에 이목이 쏠립니다. 이미 명씨의 공천개입 정황은 여러 증거를 통해 구체화된 상태입니다. 윤씨와 명씨의 통화 녹취가 대표적입니다.
윤씨는 2022년 5월9일 대통령 당선인 시절 명씨에게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중진들이 제발 이거는 자기들한테 좀 맡겨달라고"라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그러면서 "하여튼 첨에 들고 왔을 때부터 여기는 김영선 해줘라 그랬다구"라며 "내가 하여튼 윤상현(공천관리위원장)한테는 한번 더 얘기해 놓을게"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통화가 있고 이튿날인 5월1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결정됐습니다.
윤씨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공짜로 받은 대가로 공천을 줬다는 김 전 의원 녹취록도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그해 11월 강씨에게 통화로 “결국엔 그거야. 여론조사가 윤석열 대통령 여론조사 한 거잖아.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제일 수혜자인데, 어쨌든 그걸 토대로 해서 명태균 본부장이 협상을 해서 내가 공천을 받았으니까. 간접적으로 그거가 내가 혜택을 받은 거다, 그런 얘기지”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명씨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김 전 의원만이 아닙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 2024년 10월 명씨가 8회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경선, 경남도지사 경선 등에 관여한 정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다만 김건희씨 1심에서 '명태균 게이트'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점은 변수입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지난달 28일, 김씨의 혐의 중 명씨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석열이 윤상현에게 김영선 공천을 이야기한 바는 있으나, 윤상현·윤석열 부부 등이 다른 (공관위) 위원들에게 김영선 공천 이야기한 건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김씨가 2021년 3월 여론조사를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확언받았다면, 명씨가 2021년 5월9일까지 윤씨 부부와 윤상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등에게 지속적으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두 재판이 별개 사건인 만큼, 김씨의 판결이 이번 선고 결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번 선고에서 명씨의 공천개입 의혹이 인정될 경우, 윤씨와 이준석 대표 등 명씨와 접촉했던 유력 정치인들의 개입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한편 명씨와 김 전 의원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과 함께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021년 8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경북 고령군수,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총 2억4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받습니다. 명씨는 2024년 9월 처남에게 휴대전화 3대와 휴대용 저장장치(USB) 1개 등 형사사건 증거 은닉을 지시한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명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607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선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김 전 의원에겐 징역 5년에 추징금 80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