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췌장 지방, 뇌 노화와 치매 부른다

단순 비만보다 무서운 '지방 위치’
지방간 만큼 췌장 지방도 관리해야

입력 : 2026-02-05 오전 9:13:53
우리는 흔히 뱃살이 나오면 지방간을 먼저 걱정합니다.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간 수치를 확인하며 안도하곤 하지만, 정작 우리 몸속 더 깊은 곳에서는 더 치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간보다 더 깊숙한 곳, 췌장에 쌓인 지방이 뇌를 늙게 만들고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겉보기에 뚱뚱하지 않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췌장 지방의 공포와 그 해법을 살펴봅니다.
 
북미방사선학회(RSNA) 학술지 <방사선학(Radiology)>에 지난주 실린 연구 결과는 “지방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어디에 있는지가 뇌 건강에 결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쉬저우 의과대학 부속병원 카이 류(Kai Liu) 박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2만 6천 명의 MRI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입니다. 
 
비만에서 지방 침착의 다양한 수준을 보여주는 네 가지 범주의 MR 영상 A 간과 췌장 모두에 지방 침착이 없는 상태 B 간에는 고지방 침착이 있고 췌장에는 최소한의 지방 침착이 있는 상태 C 간에서는 지방 침착이 적지만 췌장에서는 지방 침착이 높은 상태 D 간과 췌장 모두에 지방 침착이 높은 상태. (사진=Frontiers)
 
왜 췌장 지방이 문제인가?
 
연구진은 뇌 노화를 가속화하고 신경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두 가지 위험한 지방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췌장 우세형 지방(Pancreatic-predominant)’입니다. 간에는 지방이 거의 없는데 유독 췌장에만 지방이 과도하게(조직 내 약 30%) 쌓인 유형입니다. 둘째는 ‘마른 비만(Skinny fat)’ 유형입니다. 겉보기엔 비만이 아니지만, 근육량 대비 체지방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유형입니다.
 
연구진은 두 유형 모두 회백질 감소, 빠른 뇌 노화, 인지 기능 저하, 신경계 질환 위험 증가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류 박사는 “우리는 흔히 지방간 진단에 집중하지만, 뇌 구조 변화와 인지 장애 위험 측면에서는 ‘지방 췌장’이 지방간보다 훨씬 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췌장에 낀 지방이 단순한 소화기 문제를 넘어 뇌를 위축시키는 트리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췌장 지방은 췌장 세포 사이사이에 낀 지방이나 세포가 이미 지방으로 대체된 것을 말합니다. 이는 췌장의 핵심 기능인 인슐린 분비 능력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 위험성을 뇌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췌장 지방이 분비하는 염증 물질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신경 세포를 손상시키거나, 대사 이상을 유발해 뇌혈관 장벽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췌장 용적이 작아 적은 양의 지방 침착으로도 기능 저하가 더 빨리,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췌장은 몸속 깊은 곳(후복막)에 위치해 있어 지방흡입으로 빼낼 수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의 리모델링’을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체중을 10%만 감량해도 췌장 내 지방 함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며 유병률 또한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췌장 지방 줄이려면 체중 10% 줄여야
 
영국 뉴캐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체중을 10~15kg(약 10% 내외) 감량하면 췌장 지방이 약 1g 정도 빠지는데, 이 1g의 차이가 췌장 기능을 정상화시켜 당뇨병을 완치(관해)시킨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절대적인 양(1g)은 적어 보이지만, 췌장 전체 지방 비율로 따지면 매우 큰 변화이며 기능 회복에 결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췌장의 기름때를 벗겨내는 방법은 내장지방 제거와 거의 동일합니다.
 
첫째는 식단 혁명입니다. 지방 췌장의 주범은 남아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잉여 탄수화물’입니다. 흰 쌀밥, 밀가루, 설탕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췌장을 혹사시키고, 남은 당을 지방으로 바꿔 췌장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역할을 합니다. 잡곡밥, 통곡물 위주로 탄수화물을 바꾸고, 지중해식 식단을 도입해야 합니다. 
 
둘째는 근육 훈련입니다. 마른 비판 그룹의 문제는 근육 부족입니다. 스쿼드나 계단 오르기 등 하체 근육 운동은 췌장으로 갈 지방을 근육이 대신 태워 없애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단순히 걷기만 해서는 내장지방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숨이 찰 정도의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주 2~3회 병행해야 췌장에 낀 기름때를 태울 수 있습니다.
 
 
 
셋째 금주입니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고열량일 뿐 아니라, 췌장 세포를 직접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켜 지방 침착을 가속화시킵니다. 췌장 지방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술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끊어야 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상 체지방 분포 패턴과 뇌 구조, 인지 기능 및 신경계 질환의 연관성 연구 요약. (사진=Radiology)
 
체질량지수(BMI)를 과신하지 말고 지방간이나 복부 비만이 심한 경우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촬영을 통해 췌장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지방간이 있다면 췌장에도 이미 지방이 쌓여 있을 확률이 50~70% 이상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만 신호가 아니라 ‘뇌 건강의 적신호’로 받아들이고 즉각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뇌 건강은 당신의 지방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어디에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카이 류 박사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내 몸속 '지방의 분포'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비만 관리에는 췌장 지방 관리가 추가돼야 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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