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두 달 만에 소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반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안보 사안을 강조했습니다. 외교가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을 앞둔 양 정상의 기싸움에는 '희토류'를 둘러싼 전략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산 석유 사라"…트럼프식 거래 외교 시동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시 주석과 훌륭한 전화 통화를 마쳤다"며 "길고 상세한 (내용을 다룬) 통화였다"고 밝혔습니다. 미·중 정상의 전화 통화는 지난해 11월 말 통화 이후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만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상황, 중국의 미국산 석유 및 가스 구매, 추가 농산물 구매에 대한 중국의 검토, 항공기 엔진 인도, 이 밖에 수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시 주석과 내 개인적 관계는 좋은 상태"라며 "우리는 이 관계를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서로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시 주석과 관련해 좋은 성과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미국산 석유를 구매해달라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석유와 가스를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으로부터 수입해왔는데요. 현재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제재를 유지·강화하며 글로벌 원유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는 관세를 매기는 방식도 채택했습니다. 인도의 경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는데요. 수입 중단 의사를 밝히자 철회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한 곳입니다. 지난해 중국은 석유를 42억배럴 수입했습니다. 이 중 중동 국가에선 40%, 러시아에선 약 20%를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국산 수입량은 2% 미만에 불과합니다. 중국 측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양국 정상 통화 당시 시 주석이 이와 관련한 우려를 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미국에 "대만 무기 판매 신중히"
반면 중국은 대만 문제에 집중해 통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당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로,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고 대만이 분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은 대만은 중국의 영토로,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며 대만이 분열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일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을 직접 거론하며 문제 삼은 셈입니다.
현재 미국은 대만관계법 등에 따라 대만의 방어 능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무기 판매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2월 사상 최대 규모인 111억달러(약 16조원) 상당의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대만 문제에 대해선 "긍정적이었다"고만 언급하며 입장 표명을 자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려하는 대만 무기 판매 문제는 미·중 간의 무역 및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무기 판매를 통해 핵군축 문제를 미·중 정상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거래'를 하겠다는 겁니다.
결국 미·중 관계의 정점엔 '희토류'가 있는데요. 희토류는 미·중 간 공급망 전쟁의 핵심으로, 미국 주도의 반중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중국이 사용하는 지렛대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말 극적인 합의를 통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1년간 유예했습니다. 미국도 대중 관세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며 무역전쟁은 휴전 모드로 들어섰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중 생산량 중 70%(2024년 기준·27만톤)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급량은 90% 이상으로 정련(광석에서 희토류를 분리, 정제하는 기술) 분야도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희토류 관련 논의가 불발될 경우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