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냉전 종식 반세기 만에 유일한 핵군축 통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전 세계가 새로운 안보 패권 경쟁 시대의 기로에 섰습니다. 양대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 스타트)'이 종료되면서인데요. 향후 미·중·러 3국의 핵 통제 체제가 구축될 것인지, 아니면 군비 통제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따라 전 세계가 또다시 요동칠 전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골든 돔'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무제한 핵군비 경쟁…변수는 '미·중·러' 합의
미국과 러시아 간 '뉴 스타트'는 5일 0시(그리니치 표준시·한국시간 오전 9시) 종료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는 뉴 스타트 당사국들이 조약의 핵심 조항을 포함해 조약 맥락에서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도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뉴 스타트'는 냉전 종료 후 유일한 '핵군축' 합의였습니다. 1972년 체결했던 탄도미사일 방어 조약(ABM)과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은 각각 2002년과 2019년 미국 탈퇴로 사실상 사문화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 뉴 스타트의 종료에 따라 양국이 서로의 핵무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핵무기 숫자를 억제하던 장치가 사라졌습니다. 냉전 종식 50년 만에 처음으로 핵 강국 사이 핵군축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즉 전 세계가 군비 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셈입니다.
전 세계 시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 당시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더 나은 합의를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변수는 역시 '중국'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핵 합의에 중국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은 지난 4일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에 진정한 군비 통제를 실현하려면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방대하고 또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4월 미·중 회담 때 일괄타결 원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러시아는 더 이상 미국의 주적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4월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핵군축)을 포함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을 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러시아는 뉴 스타트 만료를 앞두고 각각 정상 간 통화를 마쳤습니다. 통화 내용이 아직까지 공유는 되지 않고 있지만 후속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중·러의 버티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군축 새판 짜기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중국은 핵전력 규모와 발전 단계가 미국과 러시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미국이 주도하는 군축 통제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기 군축 참여가 오히려 전략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현재 핵탄두 수를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5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소 6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기씩 추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력 증강에 무게를 두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미·중을 축으로 한 군사·안보 분야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뉴 스타트 종료 이후엔 핵전력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 각국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현재 중국은 핵탄두 수가 미국·러시아보다 훨씬 적어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뉴 스타트라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져 (중국 같은) 강대국이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습니다. 민 교수는 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핵군축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