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가 평택 4공장(P4)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들어가는 D램 생산 능력 확충에 나섰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로 풀이됩니다. 5세대 HBM4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비해 생산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P4에 내년 1분기까지 월 10만~12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는 기존 대비 약 18% 늘어난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현재 D램 웨이퍼 월 생산량은 약 66만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증설되는 라인은 HBM에 활용되는 1c(10나노급 6세대) D램 생산을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AI 가속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핵심 부품인 서버용 메모리에 대한 고객사 요구가 지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0~9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전반이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선제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산업은 ‘가격 상승’에서 이제 ‘투자 확대 및 출하 증가’로 사이클의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안전마진을 확보한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서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실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에 특히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HBM3E가 발열 문제 등으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뒤처지며, 그 사이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만큼 신제품을 통한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를 기록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HBM4의 기술력은 일정 부분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전자는 이달 중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2월부터 HBM4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며 “올해 당사 HBM 매출은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투자 역시 이러한 시장 환경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도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먼저 준비하는 것도 경쟁력”이라며 “시간 싸움의 성격이 있는 만큼 공장 준비나 설비 투자도 발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