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이재희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이달 주주총회 전까지 선제 대응을 주문했지만 정작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당국의 핵심 요구인 최고경영자(CEO) 연임 요건을 강화한 곳이 단 한 곳에 불과하고 사외이사 구성도 소폭 변화에 그쳤습니다.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 이후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해온 금융당국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배구조 정관 개정 제한적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했지만 이사회 구성의 큰 틀은 대부분 유지되는 흐름입니다. 금융당국이 요구해 온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나 인적 다양성 확대가 실제 인사로 이어지는 모습은 제한적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감독 과제로 제시해 왔습니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이른바 '참호'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셀프연임' 구조를 유지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치 금융 문제로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한 이후 당국의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습니다.
특히 당국은 △CEO 연임 시 주총 특별결의 도입 △사외이사 임기 3년 단임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현재 일반결의(출석 주주 과반 찬성) 사항인 CEO 연임을 특별결의(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로 전환해 연임 문턱을 대폭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특별결의는 회장 선임이나 연임 등 중요한 안건을 의결할 때 일반 의결보다 높은 찬성 요건을 요구하는 제도로, 지배구조의 견제 장치로 거론돼 왔습니다. 당국은 회장 연임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특별결의 도입을 권고하며 금융지주들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금융권은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안을 우선 도입하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가이드라인 자체가 금융회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먼저 반영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외이사 인선에서도 변화 폭은 크지 않습니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재추천과 신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했는데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실제 교체되는 인사는 6명으로 약 26% 수준입니다.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9명이 교체된 것과 비교하면 변화 폭은 다소 줄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외이사 교체도 최소화
금융지주들이 매년 일부 사외이사를 교체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이사회 구성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올해 사외이사 인선에서도 물갈이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학계 출신 중심의 구성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KB금융(105560)은 사외이사 7명 가운데 1명을 교체했습니다.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후임으로 서정호 법무법인 더위즈 대표변호사를 추천했습니다. 기존에는 7명 중 5명이 학계 출신이었지만 서 후보 합류 이후 줄어드는데요. 여전히 4대 금융 가운데 학계 비중은 가장 높은 편입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도 현재 사외이사 9명 가운데 5명이 학계 출신으로 절반을 넘습니다. 이번에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임승연 교수와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을 추천했지만 비중은 더 늘었습니다. 하나금융 역시 사외이사 9명 가운데 3명의 교수진 구성을 유지하며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신규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금융지주들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인사나 제도 변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회장 연임 문제나 경영승계 절차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지배구조 개선안 확정 전에 성급한 제도 변경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금융당국은 이달까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를 반영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합니다.
일각에선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최장 6년까지 보장된 점이 인위적인 인적 쇄신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기도 합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법률상 임기 연장이 가능한 사외이사들이 특별히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당국의 요구만으로 이들을 신규 인력으로 교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은 우선 신규 사외이사 선임 수보다 인적 구성과 운영 방식 등 실질적 변화에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교체 규모나 구성은 금융지주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사외이사 전문성 확보 등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는데 관련 이행 절차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 교체에 나섰지만 변화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본점 건물 모습. (사진=각사)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