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GTC 2026’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망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설 전망입니다.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각각 기술력과 파트너십을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대응 능력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 부스를 차리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자사 반도체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오는 16~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주요 공급사로서 메모리 반도체 등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차기 AI 가속기 ‘베라 루빈’이 이번 무대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용 HBM 공급사로서 기술력과 협력 관계를 부각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HBM3E에서 성능과 발열 문제 등이 발생하며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업계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준 바 있기 때문입니다.
AI 기반 반도체 제조 혁신 전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GTC 2026에서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주제로 송용호 DS부문 AI센터장(부사장)이 발표에 나섭니다. 이 자리에서 AI와 디지털 트윈(현실의 제품이나 설비를 가상 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해 먼저 실험·분석하는 기술)이 반도체 공장 운영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할 예정입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 이어온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GTC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경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또 SK하이닉스는 HBM4를 활용해 대형언어모델(LLM)의 추론 효율을 올리는 방안을 주제로 세션 발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엔비디아가 새로운 추론 전용 플랫폼을 공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발표를 통해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양사가 HBM 경쟁만이 아닌, 중동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과 브롬 등의 가스가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사용되는 헬륨은 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량의 64.7%가 카타르산입니다.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LNG 플랜트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 차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응해 온 만큼 당장의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2010년대 말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 코로나19 등을 겪은 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며 “공급망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고, 안전 재고도 확보했다.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