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오스 윈윈 ODA)(5) 라오스 진출의 마지막 고리, 국책은행

'K-라오스 윈윈 ODA'의 마지막 퍼즐, 국책은행
최빈국 졸업 앞둔 라오스…투자·운영 금융 전환기 진입
ODA를 수익 구조로 바꾸는 금융 안전판 필요

입력 : 2026-04-07 오전 6:00:00
은사마Ⅱ(은퇴한 사람들의 해외 마을 만들기)는 단순한 은퇴자 주거 모델이 아닌, 초고령 사회와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와 개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가 전략입니다. 해외 거점에 형성될 은퇴자 커뮤니티는 항공·관광·헬스케어·부동산 산업에 걸쳐 신수요를 만들고, 동시에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교두보로 기능합니다. 본 기획은 은사마Ⅱ의 1차 거점인 라오스를 무대로,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투자형 ODA'가 인공지능(AI)·자원·기술과 결합해 현지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의 공급망과 경제 안보를 확장하는 구조를 살펴봅니다. 원조를 공여가 아닌 투자로 재정의한 K-윈윈 ODA 전략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정책적·산업적 함의를 단계별로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금융이 'K-라오스 윈윈 ODA'를 움직인다
 
지난 네 차례의 연재를 통해 우리는 'K-라오스 윈윈 공적개발원조(ODA)'의 큰 구조를 살펴보았다. 핵심광물 협력은 산업의 뼈대이고, 수력 기반 탄소중립 협력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심장이다. AI·디지털 거점은 이를 연결하고 지휘하는 두뇌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리 뼈대와 심장, 두뇌를 갖추더라도 몸속에 피가 돌지 않으면 생명력은 유지되지 않는다. 그 피를 돌게 하는 혈류가 금융이다.
 
결국 'K-라오스 윈윈 ODA'의 성패는 무엇을 지어주느냐보다, 그 사업을 끝까지 굴러가게 할 금융 구조를 함께 심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국책은행이 필요하다. ODA가 길을 닦는 역할이라면, 국책은행은 그 길 위로 실제 자금이 흐르게 만드는 주체다. 허가 지연, 환율 변동, 송금 규제, 제도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는 민간이 먼저 들어가기 어렵다. 이때 국책은행이 보증, 보험, 장기자금, 운영금융을 통해 첫 위험을 완충해 주어야 민간도 움직일 수 있다. 국책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ODA를 지원에서 운영으로, 시설에서 수익 구조로 넘어가게 만드는 전환 장치다.
 
'전환기 금융'을 필요로 하는 라오스
 
라오스는 지금 원조 중심 경제에서 투자와 운영 중심 경제로 넘어가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2026년 최빈국 졸업을 계기로 무상원조와 특혜에 기대던 기존 구조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라오스는 '받는 경제'에서 '굴리는 경제'로 이동해야 한다.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맞물려 라오스 자본시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은행 대출 중심 구조 위에 자산운용사와 디지털 투자 플랫폼이 등장하고, 모바일 전자지갑과 연계한 소액 투자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라오스 금융시장이 단순 대출 중심을 넘어, 자본시장과 투자 플랫폼이 결합되는 초기 단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오스 중앙은행(BOL)도 이런 전환을 뒷받침하려 하고 있다. 내수와 생산 부문에 자금이 돌도록 기준금리를 2026년 2월 기준 8%까지 낮추고, 전체 은행 신용의 35%를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외환 유입 관리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통제는 쉽게 풀지 않고 있다. 경기 부양과 외환 안정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라오스는 자금이 더 필요하지만, 동시에 위험도 큰 시장이다. 그래서 민간만으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어렵고, 공공성과 장기성을 가진 금융 주체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
 
라오스의 대표적인 국영 상업은행인 라오스외국무역은행(BCEL) 전경. (사진=BCEL)
 
왜 국책은행이어야 하는가
 
국책은행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첫 구간을 대신 버텨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허가 지연, 제도 변화, 환율과 송금 문제는 초기 투자자에게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이 구간을 넘지 못하면 사업은 시작조차 어렵다. 국책은행은 민간이 주저하는 첫 위험을 떠안고 길을 여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둘째, ODA로 조성한 기반을 실제 수익 구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광물 정제 허브, 수력 현대화, 데이터센터, 공공 디지털 시스템은 시설만 갖춘다고 자산이 되지 않는다. 운영관리 자금, 결제 구조, 수익 회수 체계가 붙어야 비로소 '돌아가는 자산'이 된다. 국책은행은 바로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 주체다.
 
셋째, ODA로 만든 사업의 수익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고, 한국과 라오스 모두에게 이익이 남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제도를 한국이 깔아도, 운영 단계의 금융을 다른 나라가 맡으면 수익과 과실은 결국 밖으로 흘러간다. 국책은행이 현지에서 수익 회수, 본국 송금, 환위험 관리 구조를 만들면 한국 기업은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고, 라오스는 지속 가능한 금융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다.
 
윈윈, 현지 중소기업과 진출 한국 기업을 함께 살리는 것
 
국책은행의 역할은 한국 기업만 돕는 데 그쳐서도 안 되고, 현지 기업 지원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라오스 현지 중소기업과 라오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현지 기업과 한국 기업이 함께 연결될 때, 라오스에는 산업과 일자리, 세수가 남고, 한국에는 장기적으로 사업할 기반이 생긴다. 결국 'K-라오스 윈윈 ODA'는 어느 한쪽만 돕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 한국 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금융이 다리를 놓는 구조여야 한다.
 
라오스 중남부 튼힌분(Theun Hinboun) 수력댐 벽면 전경.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즈)
 
단계적 국책은행 진입의 필요성
 
국책은행 진출은 처음부터 전면 영업이나 대규모 대출로 갈 일이 아니다. 단계적으로 들어가며 신뢰와 금융 구조를 쌓아야 한다. 먼저 대표사무소를 통해 시장을 읽고, 어디에서 자금 수요와 리스크가 생기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은 민간이 선뜻 들어오기 어려운 첫 구간을 받쳐주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ODA로 만든 광물·에너지·디지털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을 붙여, 시설이 실제로 운영되고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이 안정적으로 회수되고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 때, 라오스에는 지속 가능한 자산이 남고 한국에는 장기 시장이 열린다.
 
금융과 지속성이 'K-라오스 윈윈 ODA'를 완성한다
 
지금까지의 연재는 서로 떨어진 제안의 나열이 아니었다. 핵심광물은 산업의 기반이었고, 수력은 에너지 전환의 축이었으며, AI·디지털은 이를 연결하는 미래 성장 인프라였다. 그리고 금융은 이 모든 것을 실제 사업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마지막 조건이었다.
 
결국 'K-라오스 윈윈 ODA'가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작동하려면, 국책은행이 금융 안전판으로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라오스에서는 흔히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고들 한다. 처음에는 막히고, 느리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끝까지 버티며 사람을 연결하고 제도를 맞추고 자금을 붙이면 결국 많은 일이 '되는 일'로 바뀐다. 'K-라오스 윈윈 ODA'도 마찬가지다. 그 길은 화려한 선언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는 힘, 그리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금융의 힘 위에서 비로소 현실이 된다.
 
메콩 아키텍트 K-정책금융연구소 라오스 지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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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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