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직원과 함께 살며 진술하라?…색동원 사건서 드러난 ‘진술조사' 한계

시설 거주 상태서 조사, 피해자 심리적 위축 우려
대면 조사 1회 그쳐…심층 조사 필요성 제기
의사소통 어려운 피해자 한계…보완 수사 방식 요구

입력 : 2026-04-08 오후 4:38:33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인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사건에서 진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설에 그대로 거주하며 경찰 진술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학대 의혹이 제기됐는데 조사 횟수와 방식이 제한적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특성을 조사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폭행 피해' 남성 입소자 색동원 거주하며 조사
 
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약 2주간 색동원 남성 입소자를 대상으로 한 1차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조사는 장애인 권익 보호 기관, 진술 분석 전문가, 진술 조력인, 변호인 등 참여해 해바라기 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남성 입소자 대상 진술 조사가 색동원에 거주하는 상태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시설에 살면서 조사가 진행되면 제대로 된 진술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장종인 색동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아버지가 자녀를 폭행한 가정폭력 사건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장 위원장은 "아빠와 함께 사는 자녀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 사실을 말하기 쉽지 않다. 집에 돌아가면 아빠를 다시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분리 조치가 돼야 피해자가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진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색동원 사건은 시설 입소자의 보호자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심층 보고서에 따르면 10여년간 지속적인 학대 정황이 있었지만, 내부 고발이 없어 조직적 은폐도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색동원은 지난달 23일 시설 폐쇄 결정이 났지만, 색동원 이용자가 다른 시설로 이동하거나 자립할 때까지 보건복지부·인천시와 협의해 폐쇄 유예기간을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색동원에는 남성 입소자 15명이 잔류 중입니다.
 
하지만 직무 배제는 혐의가 확실한 일부 종사자들에게만 해당됐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장애인 학대 등 혐의가 확인된 종사자는 지자체에 통보해 직무 배제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사진=연합뉴스)
 
중증장애인 진술 한계…"현행 조사 체계 미흡"
 
경찰 조사가 수박 겉 핥기에 그친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됩니다. 입소자 대부분이 대면 조사 1회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박선경 색동원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변호사와 진술 조력인·분석가가 동행하는 등 환경은 잘 마련됐다"면서도 "하지만 이 자체가 중증장애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낯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차례에 걸친 라포 형성과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화군 의뢰로 우석대 연구팀이 진행한 심층 조사에서 색동원 거주 장애인 17명과 퇴소 장애인 3명이 성폭력 피해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성폭행 피해자를 3명만 인정한 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 심층 조사 보고서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에 공대위는 지난 2월27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 당시 피해자가 9명 인정됐던 것보다 적은 인원"이라며 "이는 장애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고 인정하는 형사·사법 체계가 20년 전 광주 인화학교 사건으로부터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피해를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진술이 명확한 경우에만 피해자로 인정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의원실이(민주당, 용인갑)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조사할 때 ‘장애인 전담 조사 과정’이라는 지침을 따르게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성폭력이나 학대 등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제도가 다른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박 위원장은 “살인사건의 경우에도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주변의 상황을 샅샅이 살피는 작업을 한다”며 “그렇다면 이분(피해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무기록은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고, 생활 일지나 CCTV, 주변인 조사 등을 면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19일 색동원 시설장 A씨를 성폭력처벌법과 장애인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A씨는 색동원에 입소한 장애인 3명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또 다른 입소자 1명을 드럼 스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지난 2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B씨 등 색동원 종사자 2명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색동원에서 장애인 입소자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가 지난 2월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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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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