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최첨단 반도체 기판에 주문이 몰리면서, 반도체 기판이 부품업계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고부가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 증가와 함께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의 샘플 공급도 진행되는 중이며, 공급사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장기 수요 확대에 맞춰 부품사들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들은 FC-BGA를 비롯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공급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그록3 언어처리장치(LPU)’에 FC-BGA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인 공급사(퍼스트 벤더) 지위를 확보해 이르면 오는 2분기 양산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에서도 삼성전기는 애플 등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세종사업장에서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으로, 지난해 일본 스미모토화학그룹과 유리기판 소재 제조를 위해 합작법인(JV) 설립 협약(MOU)을 맺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이노텍 역시 모바일 반도체 기판 분야에서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AI 서버용 FC-BGA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모바일 반도체 기판 공급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무선 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AI 반도체 등에 쓰이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의 공급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LG이노텍은 FC-BGA 분야에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FC-BGA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장 진입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버용 기판은 내년 양산이 시작돼 내년 하반기 풀 가동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가격 협상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최근 일부 FC-BGA 제품 가격을 1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품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추가 가격 상승도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업계는 생산능력(캐파)을 키워 대응에 나서는 중입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의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보완 투자를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문혁수 사장 역시 “RF-SiP 등 유리섬유(글라스파이버)가 들어가는 기판은 현재 풀로딩(가동률 최대치)에 근접한 상태”라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전체 반도체 기판 캐파를 현재의 두 배가량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FC-BGA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도체 기판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캐파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