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전국 동물원의 상당수가 동물복지 기준에 미달한 채 시설을 운영하는 가운데, 동물 탈출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사육 환경과 안전 관리 수준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물전시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폐업동물원을 제외한 전국동물원 116개를 동물복지 조사항목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70점 이상으로 평가받은 곳은 4곳에 불과했습니다. 69~60점 28곳, 59~50점 32곳, 49~40점 29곳, 39점 미만은 21곳으로 집계됐습니다. 60점에도 못미치는 곳이 82곳으로, 전체의 70.7%를 차지했습니다. 평가 항목은 행동풍부화, 면적 등 26개의 조사항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전국 동물원 수는 지난 2019년 말 110곳이었는데 2024년 말에는 123곳으로 13곳 늘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보유 동물 수는 5만8000여마리(1789종)입니다. 동물원 숫자는 느는데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올해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5월 동물원 실태조사 결과 사자·호랑이·재규어·표범·설표·퓨마·곰 등 육식 동물과 코끼리와 코뿔소 등 대형 초식 동물이 사는 174개 동물사(24개 동물원) 가운데 26%인 46곳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이 가운데 동물 탈출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동물원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대전 오월드에서 2024년 1월생 수컷 늑대 '늑구'가 탈출해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같은 동물원에서 보조사육사의 부주의로 퓨마가 탈출했고 신고 4시간 30여 분만에 사살된 바 있습니다. 당시 오월드가 2인 1조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으며, 감시카메라가 고장나는 등 안전관리계획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면서 국내 동물원 폐쇄 여론이 커졌습니다.
2023년 서울대공원에서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로가 부모를 모두 잃고 동물원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온 점이 탈출을 감행한 원인으로 꼽히면서 동물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일었습니다. 추후 감사에서 얼룩말 방사장 울타리 높이가 기준에 미달하고, 목제 울타리 내구성이 현저히 약해진 상태였다는 점 등이 확인되면서 '부실한 동물원 시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동물자유연대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동물 사살이 아닌 안전한 포획을 촉구했습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공영 동물원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국내 동물전시시설에 뭔가 근본적인 운영이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동물 귀환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고민의 계기나 개선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돼야한다”고 말했습니다.
8일 오전 9시30분쯤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탈출해 거리를 배회하는 늑대 '늑구'.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