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두 차례 연기된 가운데 보험사 손해율 관리에 무리하게 힘을 줬다는 지적인 나오고 있습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5세대 실손보험 약관 정비와 가이드라인 확정 등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출시 시점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험료 인상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과잉진료 논란이 큰 일부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 영역으로 나눠 차등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중증 비급여는 기존 보장을 유지하되 일부 자기부담 한도를 설정하고,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 한도와 횟수를 대폭 축소합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실손보험 개편이 거듭될수록 비급여와 비중증 영역의 보장 범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5세대 실손보험은 당초 이달 출시 예정이었으나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관리급여' 도입 시점이 3분기로 미뤄지면서 제도 간 연계 일정에도 변수가 발생해 내달로 연기됐습니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별도로 관리되는 항목으로, 건강보험이 일부를 부담하고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치료 비용 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 중 일부를 관리급여로 편입해 가격과 이용을 관리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리급여 시행이 지연되면서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이후 일정 기간 제도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보험사 손해율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은 이미 자산운용, 대체투자, 비금융 업무 등 부수 업무가 확대된 상황임에도 손해율 상승을 이유로 실손 개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 이용량 자체는 보험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상품 구조를 바꿔 손해율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사실상 보험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제도를 개편해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실손보험이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국민 다수가 가입한 상품인 만큼, 보장 축소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를 3년간 약 50%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에 따라 전환 시 월 보험료는 1만원 안팎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2022~2023년 4세대 실손보험 도입 당시에도 동일한 수준의 할인 정책이 시행됐지만 전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2세대 계약 재매입과 선택형 특약 도입 등 추가적인 전환 유도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재매입 가격과 실효성을 둘러싼 보험사 간 이견으로 구체화는 지연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손해율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논의 방식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단순한 보장 축소가 아닌 의료 이용 관리, 비급여 통제, 보험사 책임 강화 등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제도 개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보장 축소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이 지난해 도입 예고됐다가 올해 4월로 한 차례, 오는 5월로 두 차례 연기됐습니다. 실손보험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