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금융지주사에서 당국 압박에 특별결의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장기 집권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로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지주사가 분산된 주주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존 연임 구조를 합리화하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압도적 연임 찬성에 개선안 발표 삐걱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 관련 제도 개편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어 금감원장이 주도적으로 개선안을 논의하거나 발표하는 자리는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초 지배구조 개선안은 지난달 12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금융지주사 주주총회 이전에 개편안을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주주들에게 우회적으로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개선안 발표 일정을 주총 이후로 급선회했습니다.
주총 의결 안건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힘든 데다 글로벌 자문사들이 회장 연임 안건에 줄줄이 찬성 의견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문사의 회장 연임 찬성 의견이 많은 상황과 당초 고민했던 특별결의 기대 효과가 부합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방안은 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 이상을 시도할 경우 기존 과반수 찬성이 아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에 더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만큼 연임 문턱을 높이는 장치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기존엔 50%의 주주 찬성률만 확보하면 3연임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66.7%의 찬성률을 얻어야 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특별결의라는 장치가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거는 장치로는 역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분산 주주 구조가 일반적이며, 기관투자가 중심의 의결권 행사 패턴이 뚜렷합니다.
4대 금융지주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국민연금이 8.7% 수준으로 최대주주이며, 신한금융지주는 일본계 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각각 9~10% 수준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국민연금이 8.7% 지분을 최대주주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최대주주는 7.7%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이고, 국민연금은 2대 주주입니다.
사전에 이사회와 주요주주 간 교감이 형성될 경우 특별결의가 사실상 회장 연임을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 및 연임 사례를 보면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았습니다.
최근 주총에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88%에 달하는 찬성률로 통과됐습니다. 임종룡 회장의 연임 안건은 99.3%의 찬성률로 만장일치에 가깝게 가결됐고, 빈대인 회장 선임 역시 91.9%에 가까운 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특별결의 도입 시 효과를 말할 만한 특이 사례가 있긴 있습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은 재임 시절 라임 펀드 사태·채용 비리 등에 휘말리며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요. 채용 비리의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0년 연임 당시 주총 찬성률이 56.43%에 그쳤습니다. 특별결의를 적용받았다면 연임이 불발 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10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과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결의 리스크 보완 필요"
특별결의 도입이 오히려 장기 재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통상 주총 출석률이 70~80%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체 발행주식 기준으로는 절반 남짓의 지지만 확보해도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특별결의라는 장치가 실질적인 제어 수단이라기보다 형식적 요건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신한, 우리, BNK금융은 올해 3월 주총에서 회장 연임이 확정된 만큼 3년 뒤인 2029년 3월 주총에서 특별결의 적용이 가능합니다. 하나금융지주도 함 회장의 연임 임기가 끝나는 2028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올해 특별결의 적용이 가능한 곳은 오는 11월20일 양종희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KB금융(105560)뿐입니다.
정치권에서도 특별결의 같은 절차적 수단이 아닌 다른 보완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의 경우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최근 3연임 방지를 명문화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회장의 임기를 현행 3년으로 유지하되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최대 재임 기간을 6년으로 묶는 내용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지배주주가 없거나 분산된 주주 구조가 다수라 주총 특별결의는 이미 짜여진 결과를 승인하는 절차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리스크를 감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연임을 위해 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와 참호를 구축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런 기조가 다른 형태로 번지지 않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진 상황인데 이들 자문사가 국내 금융지주 경영 속사정에 대한 분석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며 "특별결의 도입 자체에 대한 상징성에 매몰되기보다는 이 같은 리스크에 대한 보완책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