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공사비 '1조'가 넘는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법정 공방 사태가 연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 간 경쟁에 조합 내분까지 겹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사업 지연과 조합원 분담금 상승 우려가 제기됩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압구정5구역 경쟁사인 DL이앤씨 관계자가 입찰 서류를 무단 촬영한 건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5구역 재건축 지구는 지난 10일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최종 응찰하며 경쟁이 성사됐지만, 입찰 서류 개봉 및 날인 과정에서 DL이앤씨 측이 소형 카메라를 조합 사무실에 반입해 현대건설 입찰 서류를 촬영하던 중 적발됐습니다.
현대건설은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일 조합이 '입찰 서류에 대한 사진 촬영 금지'를 재차 안내했음에도 경쟁사 관계자는 조합과 당사 몰래 불법 촬영용 펜카메라로 입찰 서류를 무단 촬영한 사실이 적발됐다"며 "이 사건으로 사업 절차가 중단됐고 조합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법적 대응 이유를 밝혔습니다.
성남 상대원2구역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상대원2구역 조합은 지난 13일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가 하이앤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하지 않고, 공사비를 인상했다며 계약 해지를 단행했습니다. 같은 날 DL이앤씨와 경쟁 구도에 있던 GS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도 상정됐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습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당초 시공사 계약을 '이편한세상'으로 한 곳이었고, 해지 과정도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맞섰습니다. 다만 상대원2구역 조합장이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이에 따른 조합장 해임 추진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사비 1조3000억원이 넘는 성수4구역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진흙탕 싸움으로 시공사 선정이 이미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성수4구역 조합은 지난해 12월 첫 입찰 공고를 내고 2월 접수를 마감했으나, 롯데와 대우의 불법적인 개별 홍보와 제출 서류를 둘러싼 갈등, 조합의 절차위반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무효처리 됐습니다. 이후에도 조합이 대우건설 보증금 반환을 미루면서 사업도 지연됐습니다.
조합은 이달 초 재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 9일 입찰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관계자 모두 현장에 나타났으나, 조합과 갈등을 빚어온 대우건설의 경우 레이스 완주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현재 일부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을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고소장 제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법정 공방이 일정 지연, 조합 내 갈등으로 이어지며 길게는 수년간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비용과 공사비 인상분은 1차적으로 조합원 몫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일 경우 분양가로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는 건설사의 불법 홍보나 편법 제안에도 실효성 있는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이 혹 할만한 용적률 상향, 비현실적인 공사비 제안, 불법 홍보를 진행하는 관행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며 "특히 한남2구역 수주전 당시처럼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으로 현장을 혼란하게 하는 경우 지차제 차원에서 나서서 처벌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