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유럽연합(EU)이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또다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내수에 어려움을 겪어온 데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도 높아진 가운데 EU의 친환경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삼중고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유럽의회와 EU 이사회가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 강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이르면 7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무관세 수입 물량은 기존 약 3500만톤에서 1830만톤 수준으로 축소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기존 25%에서 50%로 높아진 관세가 부과됩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한국 철강제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또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조강 기준’ 도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3국에서 단순 가공을 거쳐 수출되는 물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우회 수출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로 분석됩니다.
이번 조치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EU에 따르면, 현재 역내 철강산업 가동률은 67%에 그치고 있습니다. EU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 이후 글로벌 철강 물량이 유럽으로 몰리며 경쟁이 격화된 점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EU가 세이프가드까지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EU의 친환경 규제, 글로벌 관세 장벽 강화라는 삼중고에 놓이게 됐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철강제품 전체 수출량은 2824만9369톤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EU향 수출은 388만4197톤으로 전체의 13.7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고, 미국 수출은 253만9903톤으로 8.99%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통상 장벽을 높인 바 있고, 최대 시장인 EU마저 수입 규제를 강화한 것입니다.
친환경 규제 역시 부담입니다. EU는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CBAM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EU-CBAM 인증서 구매·제출 의무가 발생하며 본격적인 비용 부과는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에 따른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품목의 누적 비용은 2034년까지 각각 6조4000억원, 29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저가 물량 유입, 친환경 규제, 통상 장벽 강화가 동시에 겹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 자체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지만, 통상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출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수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활로를 마련할 것 ”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