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기아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더해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고객의 비즈니스 자체를 설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기아 PV5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전략 차종. (사진=기아)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우버, 쿠팡, CJ대한통운, 카카오모빌리티, DHL코리아 등과 PBV 공급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산업 현장에 먼저 발을 들였습니다. 화려한 홍보 이전에 실제 운송·물류 현장의 파트너를 먼저 확보한 것은 기아의 PBV 전략이 전시용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DHL코리아와의 협약에 따라 기아는 첫 중형 PBV인 PV5를 공급하며, 향후 DHL 물류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PBV 모델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PBV의 핵심은 차량을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기아의 PBV는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을 채택해 차체와 내·외장 주요 부품을 모듈화,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하단 플랫폼은 고정된 채 상부 차체만 교체하면 같은 차가 택시가 되고, 냉동탑차가 되고, 이동식 카페가 됩니다. CES 2024에서 공개된 ‘이지 스왑(Easy Swap)’ 기술이 그 상징입니다. 기아가 차량을 넘어선 플랫폼(PBV) 이라는 재정의를 내세운 것도 이 맥락에서입니다.
기아는 PV5에 ‘기아 애드기어(Kia AddGear)’ 개념을 처음 적용했습니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모듈을 추가해 차량을 맞춤형으로 변형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캠핑, 냉동탑차, 프리미엄 승객 이동 등 다양한 특수 목적에 맞춰 변경이 가능합니다.
기아는 PV5 기획 및 개발 단계부터 택배 현장에 최적화된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소속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운영 실증을 거쳐 업무 적합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는 완성차 제조사가 차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던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입니다. 수요자의 현장으로 먼저 들어가 차를 설계하는 ‘역방향 개발 프로세스’는 기아가 스스로를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생산 인프라도 그 비전에 맞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기아는 경기 화성시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이보 플랜트)’를 건립하고, 연 25만 대 규모의 미래형 PBV 생산 허브 구축에 나섰습니다. 이보 플랜트는 ‘진화’를 의미하는 이볼루션(Evolution)과 ‘공장’을 뜻하는 플랜트(Plant)를 조합한 이름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조립 공정은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과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셀(Cell)’ 생산 방식을 함께 활용해, 다양하고 유연한 차종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E-FOREST)’가 적용돼 실시간 공장 운영 및 품질 관리가 가능합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PBV의 본질적 요구를 공장 구조 자체로 구현한 것입니다.
판매 목표도 공격적입니다. 기아는 PV5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국내 2만3000대, 서유럽 2만5000대 등 총 5만4000대로 잡았으며, 국내에서는 1분기에만 8086대를 판매하며 순항 중입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주주서한에서 “PBV는 승용, 물류, 리테일, 레저 등 고객의 요구에 맞게 공간과 소프트웨어를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플랫폼”이라며 “2025년 첫 모델 PV5를 시작으로 2027년 PV7, 2029년 PV9으로 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