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배당인데 밸류업 공시 누락…거래소, 한화시스템 등 107곳에 요청

배당성향·증가율 기준 혼선…공시 대상 오인 사례 속출
거래소, 약식공시 폐지·저PBR 공개 추진…밸류업 공시 관리 강화

입력 : 2026-04-17 오후 4:02:5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한국거래소가 한화시스템(272210) 등 고배당 요건을 충족하고도 밸류업 공시를 제출하지 않은 107개 상장사에 대해 관리에 나섰습니다. 밸류업 공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공시 대상임에도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가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거래소는 약식공시 폐지와 저PBR 기업 공개 등 제도 정비를 통해 공시 이행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17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12월 결산 전체 상장사를 점검한 결과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하고도 공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은 총 107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31곳, 코스닥 76곳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공시 누락 기업 가운데서도 고배당 요건을 충족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와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각 사의 2024·2025년도 배당금 총액과 연결재무제표상 지배회사 소유주 지분 당기순이익, 별도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을 <뉴스토마토>가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화시스템이 2025년 기준 배당총액 934억9000만원, 배당성향 38.60%를 기록해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 10% 이상 증가'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하이브(352820)는 2025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상황이지만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104조의24 제5항에 따라 배당성향을 25%로 간주하는 규정이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배당총액 214억9000만원, 배당성향 25.00%로 '배당성향 25% 이상 및 배당 증가율 10% 이상'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HD현대건설기계(267270)는 배당총액 263억4000만원, 배당성향 26.50%, 더존비즈온(012510)은 232억6000만원, 25.20%로 모두 동일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036460)는 배당총액 1007억2000만원, 배당성향 75.71%로 ‘배당성향 40% 이상’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공시를 제출하지 않은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HPSP(403870)는 배당총액 404억4000만원, 배당성향 55.65%, 현대무벡스(319400)는 55억1000만원, 48.76%, 고영(098460)테크놀로지는 92억6000만원, 62.77%, 메디톡스(086900)는 89억2000만원, 53.75%로 모두 '배당성향 40% 이상'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인텔리안테크(189300) 역시 배당총액 20억4000만원, 배당성향 27.34%로 '배당성향 25% 이상 및 배당 증가율 10% 이상' 기준에 해당했지만 공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고배당기업은 직전 사업연도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10% 이상 증가한 경우 요건을 충족합니다. 적자 상태에서 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배당성향을 25%로 간주하는 규정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실제 기업 실무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잘못 판단해 공시 대상 여부를 오인한 경우도 일부 확인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예를 들어 배당성향이 40% 이상임에도 배당 총액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전년도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기업이 배당을 새로 시작했음에도 증가율을 0으로 계산해 공시 대상에서 제외한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거래소는 이날 공시 누락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대상임을 안내하고, 공문을 보내 공시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시행 첫해인 만큼 일부 기업이 배당성향이나 배당 증가율 등 고배당 요건을 잘못 해석해 공시 대상임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할 경우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하면서 공시 참여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날(16일) 기준 고배당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한 상장사는 총 535개사로 집계됐습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257개사, 코스닥 278개사입니다. 이는 전체 공시 대상 기업 637개사의 약 84%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의 공시가 구체적인 수치 목표나 실행 계획 없이 방향성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밸류업 공시 내용이 약 20줄 수준에 그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제기됐습니다.
 
거래소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밸류업 공시 제도 관리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거래소는 올해 고배당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약식 공시'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거래소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상장사의 부담을 고려해 약식공시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모든 고배당기업이 현황 진단과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투자자 소통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 전반을 담은 공시를 제출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저PBR 기업을 별도로 선정해 공표할 계획입니다. 동일 업종 내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반기 연속 하위 20%에 해당하는 기업 등이 대상입니다. 저PBR 기업으로 선정된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할 경우 일정 기간 공표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배당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분리과세 혜택을 놓치지 않도록 기업들의 충실한 공시 이행을 지원하고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사진=한국거래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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