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황 수급 리스크와 중국의 수출 통제가 맞물리며 글로벌 황산 시장의 수급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는 가운데 제련 부산물로 황산을 생산하는 한국의 자급형 구조가 부각되며,
고려아연(010130)이 반도체용 초고순도 황산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중국의 황산 수출 중단 결정이 겹치며 국제 황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 황산 현물가격은 작년 초 1t당 464위안에서 올해 초 1045위안까지 급등했고, 칠레 현물시장 시세도 최근 한 달 사이 40%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도체 공정용을 포함한 한국산 황산 수출가격은 작년 초 1t당 32달러 수준에서 이달 초 113달러까지 치솟으며 25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속에서도 국내 수급이 안정적인 배경은 원료 조달 구조의 본질적 차이에 있습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유황을 태워 황산을 만드는 ‘유황 연소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물류 차질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한국은 아연이나 구리 등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인 ‘이산화황’을 회수해 황산을 생산하는 구조를 확립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황산 239만3996t을 수출하고 수입은 1만1227t에 그치는 확실한 순수출국 위상을 굳혔습니다. 원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공정 특성상 현재와 같은 가격 고점 구간에서는 80%가 넘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내 황산 공급의 핵심 축인 고려아연은 단순 산업용 제품을 넘어 반도체 세정 공정의 필수 소재인 초고순도 황산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국가 공급망의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초고순도 황산은 미세 공정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의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28만t에서 올해 하반기 32만t까지 확대하고, 향후 추가 투자를 통해 50만t 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반도체용 황산 수요의 약 60%를 공급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생산량의 95% 이상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외부 변수에 민감한 수입산 대신 안정적인 국내 자급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의 대외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황산 공급 위기는 중동 유황 의존형 국가와 기업들에는 비용 충격으로 작용하겠지만 자급형 구조를 갖춘 국내 제련사들에는 부산물 마진 확대와 대체 공급 수요 유입이라는 이중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고려아연은 산업용 황산뿐만 아니라 반도체용 초고순도 황산 비중 확대를 통해 질적 성장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