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역대급 초호황기에 돌입한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넘어 7세대 제품인 HBM4E로 재격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7년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차세대 메모리를 자사 신제품에 탑재할 예정인 가운데, 일찌감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주한 양상입니다. 이미 삼성전자가 지난달 실물 칩을 공개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하반기 중 샘플 출하 계획을 밝히면서 양사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6’에 참가해 HBM4E를 전시했다. (사진=삼성전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내년 HBM4E 공급을 목표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HBM4E에 대해 내부적으로 하반기 샘플 공급에 나설 계획이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분기에만 영업이익 37조6000억원, 7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신제품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달 엔비디아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6에서 HBM4E 칩을 공개했으며, 오는 5월 중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앞서 HBM4도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바 있는 만큼, 차세대 제품에서도 속도전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사의 기술적 변화도 주목됩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와 마찬가지로 HBM4E에서도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하고, 자사 파운드리에서 4나노(㎚·1나노는 1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베이스다이를 사용합니다. HBM4까지 10나노급 5세대(1b) D램 공정을 사용했던 SK하이닉스 역시 HBM4E부터는 1c 공정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베이스다이는 TSMC의 3나노 공정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양사가 초호황 국면에서도 HBM4E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차세대 제품에 HBM4E 도입을 예고하면서 AI 경쟁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후속 제품인 ‘베라 루빈 울트라’에 HBM4E를 탑재할 예정이며, 메모리 제조사에 1TB급 용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라 루빈’의 HBM4가 개당 288GB 용량임을 감안하면 3배 이상 확대되는 셈입니다.
지난달 SK하이닉스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6’에 참가해 HBM4 16단 내부 구조를 전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AMD와 구글 역시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4E 탑재를 공식화했습니다. AMD는 차세대 MI500 시리즈에 HBM4E를 탑재할 예정이며, 구글은 HBM3E에서 한 세대를 건너뛰어 HBM4E를 신제품에 도입할 계획입니다.
HBM4E부터 공정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점도 제조사들을 재촉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고객사들의 AI 가속기가 자사 AI 인프라에 최적화된 주문형반도체(ASIC)로 발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본격적으로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 즉 커스텀 HBM을 납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기술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HBM4E부터는 커스텀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미세한 공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4가 조금 더 스탠다드한 느낌이었다면, HBM4E부터 커스텀으로 변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더 좋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객 요구 사항에 맞춰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