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기존 주력 사업인 선박 건조를 넘어 데이터센터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도 함께 늘어나, 관련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공급부터 해상 데이터센터까지 조선사의 설계·건조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힘센(HiMSEN) 엔진. (사진=HD현대중공업)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따내며 관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2일 미국 에너지 기업 아페리온에너지그룹과 20메가와트(㎿)급 힘센엔진(HiMSEN) 기반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총 공급 규모는 684㎿, 계약 금액은 6271억원입니다.
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 엔진 사업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미 데이터센터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기존 데이터센터 전력원은 가스터빈 기반 발전이 중심이었지만, 최근 건설비 상승과 납기 지연 등으로 적기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구축 속도가 빠르고 운용 유연성이 높은 엔진 기반 발전설비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화엔진도 관련 시장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엔진이 미 데이터센터향 4행정 엔진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엔진은 독일 에너지 설비 기업인 MAN의 10㎿급 또는 18㎿급 대형 가스엔진을 생산해 미 데이터센터에 납품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선업계는 더 나아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로도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FDC는 바지선이나 선박, 해양 플랫폼 위에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탑재하는 구조입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핵심은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안정적으로 식히는 냉각 기술입니다. FDC는 바닷물을 냉각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해상 구조물 설계와 건조, 개조 역량을 갖춘 조선사들의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미국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에서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모형을 전시했다. (사진=삼성중공업)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먼저 FDC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서 미국 선급 ABS와 영국 선급 LR로부터 50㎿급 FDC 개념설계 인증(AiP)을 획득했습니다.
AiP는 기술 타당성을 검증받는 절차로, 국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로 평가됩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플랫폼 기술과 전력·냉각 설계 역량을 결합해 FDC를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마린솔루션도 관련 사업 기회 확대를 검토 중입니다. HD현대는 계열사들이 각각 해양 설비 설계·건조 경험과 선박 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 수요가 구체화될 경우 부유식 데이터센터 사업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 설비와 선박 개조, 엔진 사업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어 기술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입하는 데 큰 제약은 없어 보인다”며 “다만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단계는 아닌 만큼 수요와 수익성을 확인하면서 사업 기회를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흐름을 감안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는 시장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