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국을 방문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가 4대그룹 총수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 확장을 꾀하는 구글이 핵심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 기업과 ‘AI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과기정통부-구글 딥마인드 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재계에 따르면 허사비스 CEO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로봇과 AI 분야 협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비공개 회동을 가졌습니다. 이날 회동에는 류재철 LG전자 대표와 이홍락 LG AI 연구원장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회장과는 LG AI 연구원과 구글 간 기술 협력과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위한 파트너십 방안 등의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LG그룹이 전사 AX(AI 전환)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도 의제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허사비스 CEO는 오후 3시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났습니다. 회동에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와는 구글의 자체 AI 가속기 ‘텐서처리장치’(TPU)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공급망 구축과 모바일 분야 전방위적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거론됩니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저녁 최태원 SK그룹과 만찬 회동을 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함께 TPU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방안에 대한 협력 확대를 집중 모색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연쇄 회동을 두고 구글의 AI 생태계 확장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AI 산업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로봇 등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진 까닭에 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구글의 초거대 AI 모델 ‘제미나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도 중요해진 상황으로 글로벌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주도권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적도 깔렸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허사비스 CEO는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보스턴 다이나믹스, LG전자 등과 미팅이 예정돼 있다”며 “이들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왔고, 앞으로 파트너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