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주사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 수 있는 반면 부실자산이 쌓인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우리금융 "저축은행 1~2곳 인수 나설 것"
5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처리 방향에 대해 결심이 서 있다"며 "취임 후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팔성
우리금융(053000)지주 회장은 "저축은행 1~2곳을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분이 절반 이상인 우리금융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전에 당국과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대마진은 5%가 넘는다"며 "부실 저축은행을 프리미엄없이 싸게 사서 경영을 정상화시킨다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105560)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매금융 전문 금융회사로서 서민금융 활성화와 확대에 관심이 많다"며 "저축은행 문제가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086790) 사장 역시 "저축은행 인수 등을 포함해 문제 해결에 일정 정도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지주사 중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곳은 SC금융지주(SC저축은행)가 유일하다. SC제일은행은 신용등급 등의 이유로 대출이 어려운 고객을 SC저축은행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 "이 기회에 싸게 사보자?"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먼저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금융지주사들은 캐피탈사를 통해 제2금융권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지주사는 캐피탈사를 통해 저신용자 대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등 최근에는 저신용자들도 시중은행에서 어렵지 않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영업기반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잃는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지점수가 십여개에 불과하다. 이미 1000여개에서 수백개 지점을 갖고 있는 시중은행이 저축은행 한 곳을 인수한다고 해도 지점 수는 크게 늘지 않는다.
공적자금 논란도 커질 수 있다.
러시앤캐시 브랜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작년 11월 중앙부산저축은행 인수에 공을 들였다가 실사 끝에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생각보다 부실자산이 심각해 득보다 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부실화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이유는 없다.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지주사들은 당국에게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 자산 매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실자산을 털어낸 저축은행을, 시중금융지주사들이 싸게 사들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시중 지주사들이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건 괜찮다"면서도 "그러나 지주사의 자발적 판단이 아니고 우량 지주사들이 부실저축은행을 강제로 인수한다면 서민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는 미봉책일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