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전세집을 못구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의 강도가 한계에 달했다. 지난 2009년부터 뛰기 시작한 전세값은 지난달 전국평균 상승률이 0.9%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치솟는 전세값만으로도 벅찬데 비싼값을 치러도 구할 집이 없어 아우성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전세대란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함께 짚어본다.(편집자 註)
전세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직장인들이나 예비부부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방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전세에 살다 집주인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인근 아파트를 물색했으나 물건이 없어 결국 집주인의 요구대로 반전세로 전환해 수백만원의 월세를 주고 재계약하는가 하면, 저렴한 빌라를 찾지 못해 오피스텔 한칸을 겨우 구해 신접살림을 차린 신혼부부도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은 9년만에 최대 상승폭인 0.9%포인트를 기록하며 23개월 연속 오름세를 달리고 있다.
강남권에 비해 전세값이 비교적 덜오른 편인 서울 강북지역의 경우도 전세값 오름세는 만만찮다.
노원구 공릉동의 76㎡ 크기의 A아파트는 지난해 전세값이 1억3000만원했으나 현재는 1억6000만원을 넘는다.
이미화 K공인중개사 실장은 "물량이 매우 부족하다"며 "전세금이 지난해 투룸의 경우 1억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1억3000~1억4000만원으로 올랐고 현재는 반전세나 월세로 임대를 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값 때문에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이 보금자리를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꿈에 그리던 결혼을 앞둔 대학원생 김성준씨(28)는 "그동안 혼수와 예물 등의 준비로 바빴지만 집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원래 1억원 내외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했는데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어 결국 오피스텔 반전세를 겨우 구했다"며 "다른 신혼부부들도 반전세나 오피스텔로 선회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가격이 치솟은 데다 공급까지 부족하자 최근에는 반전세가 대세다. 실제로 반전세 매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세금에 대한 은행이자보다 월세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집주인들의 판단에 따른 추세다.
그러나 일반 세입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보증금을 내고 높은 월세까지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특히 이제 직장을 구해 일을 시작한 직장인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사는 한 유통업체 신입사원 김모씨는 한달에 월급 210만원을 받는다. 여기서 월세 50만원, 관리비 7만원과 교통비, 식비, 여가등 총 생활비 80만원을 제하고 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60만원도 채 안된다.
보증금을 내고 반전세라도 마련하려면 전세대출이나 하다 못해 부모님의 손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전세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 신청을 해도 대출을 받을 수 없을 확률이 더 높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기존 전세비용의 절반은 보증금으로 절반은 월세로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억원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은 2억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나머지 200만원은 월세로 내야 하는 것이다.
매월 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이 매월 200만원을 집세로 내면 자녀의 교육비 지출 등기본적인 가계의 지출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된다.
반전세마저 부담이 되는 직장인들은 실질적인 주거지로 볼 수 없는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 등에 거주하기도 한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다는 신도림의 B고시원 김준석 사장은 "지난해보다 15%~20% 직장인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전세값이 비싸니까 무보증에 선불로 내는 고시텔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들과 신혼 부부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다자녀 가구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등 자녀들을 많이 낳으라고 홍보하는 정부라면 살 집을 먼저 제공하는 것이 순서아니냐"며 "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