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맡겼다 날린 내 돈, 누구한테 책임 묻나?"

금융 피해자 속출.."방만경영 대주주+부실감독 당국 '합작품'" 지적

입력 : 2011-02-22 오전 11:11:33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부산계열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7곳이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예금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제는 재무상태가 양호해도 '블랙리스트 명단'에만 올라오면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뱅크런이 벌어지는 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이어 22일에는 도민저축은행이 뱅크런에 시달리다 '자체휴업'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뱅크런이 진행중이고 금융당국이 대책마련에 고심중이지만, 고객들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정서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을 믿고 돈을 맡겼다가 거액을 날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선 무리하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골몰해 부실을 키운 저축은행 대주주의 도덕적해이와 이를 제대로 감독·관리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 부산저축銀 PF대출에 집중..계열사까지 동원
 
최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은 업계1위였지만 큰 덩치를 지탱한 것은 부동산PF대출이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의 지난해말 PF대출 잔액은 2조 3568억원으로 전체여신 3조 2814억원의 71.8%를 차지했다. 같은기간 부동산 PF대출 연체율도 2008년 1.8%에서 2010년 말 35.14%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2008년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1999억원 지난해말 -2222억원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10.11%에서 5.13%로 떨어지면서 결국 216억원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처럼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도 대주주와 경영진은 건전성에 주력하기보다 다른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자산을 키우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만 집중했다.
 
2008년말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부산저축은행 대출 여건이 여의치 않자 대전을 비롯해 계열저축은행들을 PF대출에 적극 끌어들인 것.
 
그 결과 인수 당시 8799억원에 불과했던 대전저축은행의 총자산은 PF여신을 중심으로 급증해 지난해 9월말 1조 8055억원까지 커졌다.
 
부채는 2009년 6월말 1조 1611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 6156억원까지 늘었고 같은기간 BIS자기자본비율도 5.24%에서 -3.18%까지 추락했다.
 
금융권관계자는 "부동산 침체로 PF대출 비중이 큰 곳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면서도 "경기호전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여신의 대부분을 PF대출에 집중했다는 것은 고객 예금을 개인 사금고처럼 여겼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도덕적 해이 부추긴 금융당국도 책임 물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저축은행 부실로 대주주의 방만경영 못지 않게 이를 방치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또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면 다른 대형저축은행에 떠넘기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오면서 부실을 없애기는 커녕 대형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된 부산계열저축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은 2008년말 당시 부실우려가 있었던 대전저축은행을 인수토록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저축은행관계자는 "부실저축은행 인수를 승인 해줬으면 당국이 건전성 위주로 더 엄격하게 사후 관리를 했어야 했다"며 이번 사태는 당국이 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감사 자리에 금감원 등 금융당국 출신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현실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위원이 임직원의 불법 및 위법행위를 방지하고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이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부산계열인 부산2저축은행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이 모씨는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이다. 지난달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도 사외이사이자 감시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모씨는 금감원 국장을 거쳐 여신금융협회부회장을 지냈다.
 
이밖에 서울의 S저축은행도 전 금감원 부국장출신인 윤 모씨가 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등 다른 저축은행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관계자는 "그 동안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저축은행에 감사나 사외이사 등으로 재취업했지만 저축은행들의 무리한 경영과 위법행위를 견제했는지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며 "도덕적 해이는 경영진 뿐 아니라 금융당국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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