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철근 가격을 둘러싸고 철강회사들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자 건설사들이 수입 철근 구매를 검토하는 등 철강업게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은 원가절감에 온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철근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제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철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서 두 업계간 냉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의 톤(t)당 철근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좀처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결렬된 것.
철강업계는 현재 1월·2월 철근가격을 각각 t당 81만원과 86만원(고장력 10㎜, 현금가 기준)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물건을 받고 철근값을 결제해야 하는 건자회 측은 t당 1월 79만원, 2월 81만원이 적정가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t당 공급가는 76만원이었다.
이정훈 건자회 회장은 "고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철근가격 인상은 인정하지만 제강사들은 자구노력 대신 가격정책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면서 "현재 1·2월분의 철근 계산서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산 고철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41만~42만원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51만~52만원으로 급등했고, 지난해 11월 410달러 수준이던 수입산도 510달러로 급격히 올랐다.
제강업계와의 협상에 진전이 보이지 않자 건자회는 최근 매달 필요한 철근물량을 소속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파악해 수입철근을 구매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건자회 관계자는 "매월 최소 1만t에서 최대 3만t까지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산 철근 사용을 최소화해 제강사의 철근가격 인상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가격이 고지된 상태서 주문을 했으면 건설사들이 고지가격을 수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인데 일방적으로 건자회 결정가격이 아니면 결제를 거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건설업계의 '선공급 후정산'시스템을 악용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가격은 원래 건설사별로 개별협상하는 것인데 구매 실무자들의 친목모임인 건자회 측이 단일가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면서 "자재 조달업체 중 제강업계가 유일하게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집단의 힘으로 밀어부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오는 2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 다시 모여 이에 관한 논의를 건설사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면서 "당분간 철강업계와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