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가 현재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파기환송에도 불구,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지분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 또는 시기를 다소 늦춰 승인을 낼 수도 있다. 이 경우 하나금융의 기대대로 외환은행 매매가 진행될 수 있지만 법원의 대주주 적격성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또다시 금융위 승인에 대한 법적 시비와 '먹튀'시비가 재연될 수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 뒤로 인수승인을 늦추는 방안도 있다. 이는 사실상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외환은행의 운명은 다시 백지상태로 돌아간다.
◇ 론스타 면죄부 주지만 불가피한 선택
먼저 지분 인수 승인이 거론된다. 작년 11월 시작돼 외환 노조원 소송, 론스타 유죄 판결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쨌든 딜(계약)은 끝난 경우다.
두 번씩이나 좌절된 외환은행 인수(KB금융지주, HSBC)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고, 대외신인도를 고려해 국가적 차원에서 인수를 승인하는 경우다. 금융권에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업무 처리 스타일상 이 같은 안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조금 천천히 심사합시다"
둘째는 '승인에 가까운 지연'이다.
16일 정례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3월 말이나 4월 초 임시회의를 열어 승인을 낼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병행해 결론 내리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론스타 관련 판결은 지난주 10일에 나왔다. 16일은 급하니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하나금융이 비용(매월 주당 100원, 총 329억원)은 부담하더라도 사실상 승인 인정이나 마찬가지다.
위의 두가지 경우 문제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자칫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줬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 '인수 불가'에 가까운 지연
마지막은 사실상 '인수 불가에 가까운 지연'이다.
론스타와 관련된 법적 논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16일 회의는 물론 앞으로도 승인 여부를 논의하지 않거나 "확정 판결 후 논의하자"로 정리되면 외환은행 매각은 최대 2년 후가 될 수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일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외환은행과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론스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했다.
문제는 이같은 결정이 '확정 판결'이 아니라는 것.
확정 판결까지는 대략 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린다. 론스타가 양벌규정(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 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심사를 할 경우 최소 2년은 더 잡아야 한다. 이는 하나금융으로서는 사실상 '인수 불가'나 마찬가지다.
당국으로서는 론스타의 범법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고 무차별적으로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사모펀드에게 경고를 줄 수 있다.
하나금융은 계약이 사실상 깨지면서 큰 타격을 입는다. 물론 법원의 확정 판결 후 다시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매우 먼 미래의 일이다.
<인수 승인, 지연에 따른 각 주체 득실 관계>
◇ 주 : 3월말~4월초 지연 후 승인은 사실상 인수 승인
외환은행 노조가 론스타를 오히려 도운 꼴이 될 수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계속해서 "론스타의 먹튀를 하나금융, 금융위가 돕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길고 긴 재판이 열리는 동안 론스타는 대주주로서 배당익, 지분익을 챙길 수 있다.
론스타는 ▲배당 1조 2130억원 ▲지분(13.6%) 매각 1조 1928억원 ▲하나금융에 지분(51.02%) 매각 4조 6888억원 등 모두 7조 946억원을 회수하게 된다. 투자원금인 2조 1548억원을 빼면 이미 4조9398억원을 차액으로 남긴 셈이다.
어쨌든 하나금융은 인수 성공시 득이 많고 실패시 잃는 것이 많다. 금융당국은 어느 쪽이든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다. 론스타는 어느 쪽이든 잃는 것이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