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민간 참여.."정부, 발등의 불부터 끄자"

민간기업에도 LH와 똑같은 혜택 `부담`

입력 : 2011-03-16 오후 4:43:27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민간참여 추진사업에 대한 현실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익 우선인 민간기업이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과 함께 보금자리 공급 차질을 우려한 정부가 `발등에 불끄기 식` 대책을 수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16일 LH의 유동성 확보와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보금자리 민간 참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LH의 재무구조를 악화 시키는 `선 투자-후 회수`의 사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보금자리 주택사업의 민간 참여제를 도입, 보금자리 택지 개발사업시 공공-민간 공동법인의 택지개발을 허용해 LH의 자금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사업이 실시될 경우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전용면적 60㎡ 주택은 지금처럼 LH가 공급하게 되고 민간 업체는 60~85㎡ 공급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정창수 국토해양부 1차관은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다각화와 LH 사업 정상화를 위해 마련된 사업"이라며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이지만 LH의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수준에 분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숫자 채우기 `미봉책`
 
정부가 올해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를 사업승인 기준 21만가구로 잡았다. 이중에서 LH의 몫은 17만가구로 전체 사업의 80%나 된다.
 
지속적인 경영난과 자금압박으로 신규사업 추진도 불투명한 LH가 보금자리 목표 공급량을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간참여 추진 방안은 보금자리 공급에 대한 현실적 부담과 LH 경영난에 대한 비난 여론을 털어버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하지만 LH의 경영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 공공의 사업을 민간에 전가해 공급 숫자를 채우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익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계기"라며 "LH의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있는데 민간에 넘긴다고?..민간은 `부담` 
 
정 차관이 밝힌 것처럼 `공공과 같은 수준의 공급가`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민간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 보금자리주택과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해 보금자리택지분양 가격을 LH가 공급받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LH에 지원하던 보금자리 가구당 7500만원의 국민주택기금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원책이 마련된다해도 일반 분양에 비해 수익이 적은 보금자리 주택사업에 민간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LH의 수익을 위해서는 민간에 제공되는 토지의 분양가를 기존보다 높게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참여하는 민간기업은 LH와의 벅찬 경쟁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비슷한 가격에 토지를 구매한다 해도 20~30%가 저렴한 기존 보금자리 수준의 분양가를 맞추기가 어렵다.
 
이와 함께 사업주체가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는 보금자리주택특별법을 일반 사업자까지 확대·개정하는 과정도 진통이 예상된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린벨트 훼손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반대 여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보금자리 사업에서도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민간의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의 주택사업도 수익이 창출되는 만큼 민간이 보금자리사업에 참여해도 어느 정도 수익은 있을 것"이라며 "민간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안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보금자리 사업에 참여한다는 게 업체로서는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보금자리가 아니더라도 중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는 어느 쪽이 더 사업성이 있는지 따지게 될 것"이라며 "보금자리 사업 참여에 따른 기업의 이미지 저하와 정부 눈치보기도 무시할 수 없는 고민거리"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뉴스토마토 박관종 기자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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