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지영기자] 지난11일 일본 동북부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어진 원전 폭발로 열도 전체가 슬픔과 공포의 패닉에 빠졌다.
특히 후쿠시마 지역 원전들의 잇단 폭발에 이어 화력, 수력발전소도 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일본은 암흑공포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력 생산중단은 일본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힘겹게 만들 뿐 아니라 세계 경제대국 일본의 산업 가동에 치명타를 입히면서, 일본 지진 복구와 재건마저 어렵게 만들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대지진과 원전폭발 공포속에 흔들리는 일본의 전력생산 문제를 2회로 나누어 짚어본다. [편집자]
◇도쿄제철·소니·도요타 등 굴지기업들 생산중단..산업계 '타격' 엄청날 듯
일본 산업계는 '전기가뭄'이 더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재 도쿄제철은 18일까지 도치기현 우츠노미야 공장의 조업 중단을 결정했고, 소니와 도시바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2개 공장의 생산 중단에 이어 14일 미야기현 등지의 12개 공장에 대해, 닛산은 18일까지 도치기 공장 등 일본 5개 공장의 가동을 중지키로 했다.
다만 16일(현지시간) 도요타는 17일부터 국내용 부품생산을 위해 7개 조립공장의 조업을 재개하고, 21일부터는 해외 조립공장에 공급할 부품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 히타치제작소, 파나소닉, 캐논, 올림푸스 등 일본 대표 전기업계는 정전대란으로 조업중단을 선언했고,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테크롤로지도 반도체 웨이퍼 생산을 멈췄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산업계의 경제적 타격을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는 조업중단으로 도요타가 하루 평균 60억엔 규모의 손실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체 닛산과 혼다 역시 일평균 20억엔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혼다는 이번 강진으로 사상자 수가 주요 자동차업체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추산됐고, 오는 20일까지 공장 5곳의 문을 닫기로 했다.
◇ '순번정전제' 미봉책..원전 등 복귀 수년 걸려 산업근간 흔들수도
바클레이즈 캐피탈은 보고서에서 지진피해가 가장 큰 4곳(이와테 · 미야기 · 후쿠시마 · 이바라키 현)은 일본 전체 경제의 6~7%,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곳이라며 해당 지역의 산업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진피해로 인한 일본 산업계의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순번정전제'라는 미봉책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원우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연구원은 "현재로선 '순번정전제'외엔 다른 방안이 없다"면서도 "해당 지역에 위치한 부품업체 공장들의 피해를 막기위해서라도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지진발생 전과 같은 조업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업체별로 비상 발전기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근무 시간 조정이 가능한 경우는 '순번정전제'를 잘 활용해 상당수준 조업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이 정상가동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새로운 원전을 짓는데는 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기가 짧은 가스발전(LNG · LPG)시설 신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상 운영중인 타 지역의 8개 전력발전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지난14일 아사히신문은 나머지 발전소들의 시설이 근대화 초기에 만들어져 노후된 점을 지적하며 일본 동-서간 전력 수송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도했다.
3가지 주파수 변환법이 있어 전력수송은 가능하지만, 최대 1메가 와트 급의 전력만 이동할 수 있어 전기갈증을 모두 해소해 줄 수는 없다는 얘기.
비록 일본 정부의 '순번정전제'실시 결과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당장의 전기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안한 전기 공급이 계속된다면 일본 산업계의 근간은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