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진·제진공법 활기..新내진기술 '각광'

유니슨(주) 기술연구동·WIN&P타워 등 면진건물 소수
`면진·제진 기술기준` 급선무

입력 : 2011-03-28 오후 5:27:29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최근 일본 대지진이 큰 파장을 몰고 오면서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건축물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와 건설업계에선 기존 내진설계를 넘어 면진·제진 구조 등과 같은 차세대 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일부 기술은 상용화되는 추세다.
 
◇ '면진' 기술 연구단계.."건물 일부러 흔들리게 설계"
 
지진을 대비하는 내진기술에는 크게 내진·면진·제진 등 3가지 기술이 있다.
 
내진은 잘 알려진대로 구조물이 지진과 싸워 이겨내도록 구조물을 튼튼하게 설계하는 기술로 현행 건축법에선 높이 3층이상 1000㎡ 이상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의무화 돼 있다.
 
면진기술은 지진력이 구조물에 전달되는 양을 감소시키거나 차단하는 기술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연구원은 "(면진구조는) 지반에서 건물로 전달되는 지진에너지를 건물과 지반사이에 특수한 기계장치(면진장치라 통칭함)를 삽입해  차단 또는 저감시키는 기술"이라면서 "금세기 내진기술로는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면진기술을 대표하는 장치로는 '적층고무형 면진장치'가 있다. 강판과 고무를 겹겹이 쌓아 올려 하나의 원통형 모양으로 압착한 제품으로 면진장치의 핵심 부품이다.
 
이 부품은 지진시 건물이 `갈대`처럼 흔들리게 하면서도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면진 기술은 기존 내진기술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면진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건물 무손상이 아니라 건물 붕괴를 방지해 인명을 보호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건설업계에서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면진기술은 시작단계다. 건축학계에서 내진구조와 비교해 학술연구를 하는 수준이고 실제 적용한 건축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현재 현장에 면진 기술이 적용된 건축물은 ▲유니슨(주) 기술연구동·WIN&P타워 ▲서초동에 위치한 고급빌라인 '트라움 하우스' ▲LH가 시공한 서산 예천 주민 복지관 ▲현대건설 고촌지구 아파트 ▲동일하이빌 하월곡동 주상복합건물 등이 있다.
 
◇ GS·쌍용 "제진기술 상용화 단계"
 
이에 반해 제진기술은 일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상용화하는 추세다.
 
제진기술에는 크게 지진력에 상응하는 힘을 기계장치를 통해 역으로 작용시켜 구조물을 보호하는 것과 구조물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어 손상을 집중시키는 기술 두 종류가 있다.
 
이중 첫번째 방법은 장치가 매우 복잡하고 비싸서 상용화 되지는 않고 있고 건설사들은 주로 두번째 방법을 쓰고 있다.
 
GS건설(006360)은 지난해 인방형(引枋ㆍ기둥과 기둥 사이) 제진장치를 개발해 올해 초부터 모든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에 제진구조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봉현 GS건설 주택설계팀 차장은 "지진력을 인방에 설치한 댐퍼(Damper·제진장치)에 집중시켜 흔들림을 줄이는 구조"라면서 "현재 해운대 자이에 이 기술을 적용해 시공중이고 앞으로 시공되는 건축물에 이 장치가 우선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방에 설치된 댐퍼가 지진의 충격으로 부서지거나 충격을 흡수하는 대신 기둥은 충격을 받지 않고 그대로 서있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쌍용건설(012650)이 지난해 리모델링한 '쌍용 예가 클래식'의 경우 수직증축을 하면서 '벽체형 댐퍼'방식으로 골조를 보강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벽체형 댐퍼는 벽체 구조물속에 댐퍼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진도 6.5~7 규모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별내신도시 쌍용 예가', '도곡 동신아파트 리모델링' 등의 주택에도 제진장치를 적용해 시공하고 있다.
 
◇ 국내기술 '걸음마' .."면진·제진기술 기준부터  만들어야"
 
이러한 면진·제진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나 실무적으로 현장에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본과 같은 대지진에 대한 위험을 덜 느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데 게을리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선 아직 면진·제진에 대한 설계·시공 기준이나 지침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이러한 관련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기준은 대한건축학회의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3년 주기로 개정을 단행하고 있다.
 
면진·제진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기준은 KBC(Korea Building Code) 2009로, 오는 2012년에 개정될 예정인데 이때 면진 또는 제진기술의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유 차장은 "면진구조와 달리 제진구조는 설계가 어려울뿐 기초공사서 큰돈이 들지 않는다"면서 "학교 같은 공공시설물에는 아직 내진설계가 안된 곳이 많기 때문에 제진구조가 크게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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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