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폭등이 하반기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와 물가협회 통계 등을 종합하면, 올초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의 급등으로 불붙은 물가상승이 식품과 공산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개인서비스 요금도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 올 한해 '물가폭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오른 물가폭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1분기가 지나면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불안을 낳고 있다.
◇ 포스코 철강가격 인상..조선·자동차·건설업계까지 물가 연쇄 상승
제당업계는 지난달 설탕값을 9~10% 인상한데 이어 제분업계도 이에 동참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8일부터 밀가루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고, 서울우유 역시 19일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 판매되는 우유를 최대 200원 올렸다.
해태제과가 '홈런볼' 등 24개 폼목을 평균 8% 올리면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원가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은 제당업계뿐이 아니다. 지난 19일 포스코가 철강 가격을 16~18%인상했다. 업계 1위인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릴 전망이다.
철강 가격인상으로 조선, 자동차업계는 물론 건설사까지 부담이 커져 물가 연쇄상승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내 식료품에 이어 철강제품을 비롯한 자동차 전자제품 등에 가격상승이 일어나면서 하반기 국내 물가 상승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 4월부터 가격 안정세 전망하는 정부..현실은 "글쎄"
정부는 봄배추가 출하되고 할당관세 품목을 늘려 물가가 4월부터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일 물가안정대책회의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월부터 농산물 공급이 정상화되고 구제역도 진정되면서 점차 완화돼 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른바 'MB물가'에 포함되는 52개 주요생필품 품목만 봐도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3월 MB물가 52개 주요생필품 가운데 전월대비로 29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12개는 보합, 11개 품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물가협회에 따르면 MB물가 품목 가운데 돼지고기는 1만1400원(4월13일기준)으로 구제역 여파로 급등세를 보였던 1월12일 1만400원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을 보였다.
MB물가가 도입된 2008년 3월 가격보다 무려 4000원이 인상된 것이다.
봄배추 출하시기로 배추와 무 값는 1월에 비해 각각 380원, 300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쌀과 식용유, 설탕, 양파, 마늘 등 식품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 공공요금 하반기 인상..요원해지는 물가안정
더구나 정부는 그동안 억제해왔던 공공요금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되, 전기요금 등 원가 이하의 판매구조를 가진 에너지요금은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지속되고 있는 물가상승에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리면 하반기 물가는 말그대로 폭탄이 될 수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물가가 3%대로 내려오긴 힘들 것"이라며 "소비자 물가지수 압력이 현재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올해 물가는 3.6%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 연간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이란 얘기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물가추세로 볼 때) 올해 물가는 4%를 넘을 것이 당연하며 정부가 3% 물가목표를 잡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3%물가 목표치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는 요원해지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