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라이선스사 없이 석유플랜트 수주 어려워"

대림, 인도 석유플랜트 낙찰 무산...美셰브런사의 이탈이 원인

입력 : 2011-05-04 오후 5:00:48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최근 대림산업이 수주했던 인도 폴리에틸렌 플랜트 낙찰 무산은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 라이선스 사의 이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선진국의 라이선스 사와 손을 잡지 않으면 석유화학 플랜트를 수주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림산업 인도 석유 플랜트 계약 취소.."라이선스 사 이탈 때문"
 
대림산업(000210)은 최근 인도 오팔(OPaL)사가 발주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프로젝트에 대해 낙찰의향서(LOI) 까지 접수했지만 결국 낙찰이 취소됐다.
 
대신 같이 입찰에 참여했던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후순위 협상자로서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를 수주해 본계약 체결을 남겨둔 상태다.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대림산업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공사금액과 공사기간 등의 조건에 이견을 보여 결국 계약이 결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올 1월 공시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2억4000만달러에 수주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일 공시에서 대림산업보다 1000만달러 낮은 2억3000만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대림이 처음부터 입찰 가격이 더 높았지만 발주처에서 대림쪽의 운영비가 더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랜트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발주처가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를 지으면서 단순히 가격 조건만 보지는 않는다는 것.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석유 플랜트 기술 관련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미국의 국제석유기업 셰브런(Chevron)과 파트너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중간에 셰브런 사가 빠져버렸고, 발주처는 라이센스 기술을 획득 못한 대림산업과 같이 일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셰브런 사와 대림산업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어 사업이 결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석유 플랜트는 라이선스 사 역할 결정적"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 플랜트 업계가 매년 최고 수주액을 경신하며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석유화학 플랜트와 같이 국내 자체 기술이 취약한 분야는 해외 유명 정유업체와의 기술 제휴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업체들은 현재 시공과 기본설계 담당 정도까지는 성장했고 아직 기본설계에 앞선 기초 공정(process) 제법, 설계 밑그림을 그릴 기초 개념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석유의 채굴, 정제 분야에 있어 미국의 셰브런,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로리엄(BP), 독일의 린데 등 미국과 유럽회사들이 대부분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이들 회사의 협력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러한 기술을 갖기 힘들어 소규모 해외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석유화학 플랜트 이외의 플랜트 기술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앞서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플랜트는 한국의 기술 수준이 높고, 담수화 플랜트는 국내 기술이 세계를 선점하는 수준"이라면서 "특히 원전의 경우 '한국식 모델'이 있을 정도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석유계열 플랜트도 예전에는 선진국 라이선스 업체의 지휘아래 일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같이 파트너로서 일하기 때문에 많이 성장한 셈"이라고 호평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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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