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준기자]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판이 5개월여만에 다시 깔렸지만 매각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산은금융지주 외에는 이렇다할 인수 후보자가 없다는 것.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매각 무산 등 장기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은+우리=메가뱅크'..정치적 결단 필요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곳은 산은지주다. 때문에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묶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안이 첫번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그러나 메가뱅크 설득력이 약하다는게 산은지주 입장에선 걸림돌이다. 당장 ‘국영 메가뱅크 탄생’, ‘민영화 역주행’ 등 업계 안팎에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메가뱅크 주창자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현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상황에서 자칫 특혜 시비마저 일 우려도 있다.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금융계 주변의 판단이다.
더욱이 유효경쟁 입찰이 되기 위해서는 소위 ‘들러리’를 세워야 하는데, 이 마저도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나리오인데,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하나+우리' 이상적 시나리오..하나금융 참여 여부 '관건'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총자산 207조 수준인 하나금융지주로써는 단번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정부가 매각 원칙으로 앞세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등에서도 크게 꺼릴 것이 없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를 둘러싼 외환은행 인수 문제가 현재 진행중이라는 점이 변수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론스타와의 계약연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우리금융에 관심 가질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우리금융 인수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업계 주변에서 자꾸 거론되는 이유다.
◇산은·하나·KB금융 참여..가능성 '희박'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복잡한 경우의 수도 가능해 보인다.
산은지주는 물론이고 하나금융지주, KB금융 등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나서면서 유효 경쟁 입찰이 성립되는 경우다. 물론 전제 조건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돼야 한다.
이 경우, 치열한 우리금융 인수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인수전 도중 명분이나 실리에서 밀린다고 판단이 들면 산은지주의 경우 외환은행으로 눈을 돌릴 공산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역시 가능성은 희박한 시나리오다.
◇'정권 막바지 부담..장기 표류 배제못해'
마지막으로 매각 무산에 따른 장기 표류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효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거나,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 기본원칙 훼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을 경우 오히려 정권 막바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공은 정부로 넘어가게 되는 셈인데, 정부가 어떤 식의 결정을 내리든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