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최근 부산저축은행 문제로 금융권의 낙하산 또는 전관예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낙하산 또는 전관예우가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중경 장관은 지난 26일 "관(官)에서 민(民)으로 가는 것은 전관예우에 해당하지만 관에서 관으로 가는 것은 다르다"며 관료들이 퇴직 후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포함) 임원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전관 예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가 전관예우는 아니라는 말이다.
같은날 재정부 한 고위관계자도 "전관예우는 미풍양속"이라며 최근 도입된 전관예우금지법 등을 들어 "정치권이 자기들 자리 욕심으로 만든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점, 잘못한 사람을 고치고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지, 미풍양속을 막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해,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언론을 거꾸로 비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아둔한 사람이 내부 승진으로 공공기관장을 맡는 것보다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전문 식견을 가진 사람이 가는게 맞지 않냐"며 "미국도 전관예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고위관료가 감사를 하던 기관이나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리와 불법이 행해질 경우 제재는 강력하다.
일례로, 통화감독청(OCC) 재직 검사역이 시중은행 여신심사 매니저로 전직 이후 관련은행의 불법자금 돈세탁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이 밝혀져, 미연방 은행감독당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OCC를 포함한 감독당국 고위 검사역들의 전직 제한을 규정하는 규제를 2005년 도입한 바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을 5년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불법, 비리가 밝혀지면 연금압류, 연금 수령권리 박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전직 제한 뿐만 아니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5만 달러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가지고 있다.
성웅규 미국 콜롬비아대 로스쿨 연구원은 "이번 부산저축은행 문제로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로펌이나 기업으로 있는 것 자체가 조사업무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에 전관예우에 있어 고위 공직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원은 "특히 미국은 전관예우보다는 로비를 매개로 견제와 균형을 갖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견제와 균형 장치 없는 한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상급자가 피감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전관예우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일 뿐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있는 한 제 2, 3의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