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준기자, 송지욱기자] '대책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지난 6개월을 뒤돌아보면 '대책반장'이라는 수식어가 민망할 정도로,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없었다. 이것이 지난 4일 취임 6개월을 맞은 김 위원장의 현주소다.
일련의 저축은행 사태,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문제, 가계부채 대책 등 굵직한
현안 앞에서 김 위원장은 번번히 뒷걸음질쳤다. '대책'은커녕 오히려 말이 앞섰다. '양치기소년'이란 다른 별명이 붙었고, 일단 큰 소리치고 나중에 발뺌하는 '김석동 신드롬'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시작은 '대책반장' 다웠다. 취임 직후,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전격 단행하며 칼을 들이 댔다. 그러나 대책반장다운 면모는 그게 전부였다.
예상치 못하게 저축은행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이 터졌을 때도 '대책'은 없는 원론적인 대응 뿐이었다. (사진 :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걱정말라'고 했지만 유효경쟁 입찰 성립 여부 마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할 판이 돼 버렸다. 이 와중에서도 산은금융지주와 '모피아 선배'인 강만수 회장을 둘러싼 특혜시비로 괜한 오해마저 불러 일으켰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둘러싼 외환은행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반장'이란 별명이 무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판단을 유보하고 법원으로 공을 떠넘겼다.
굵직한 현안 앞에서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우선, 김 위원장 스스로가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평가다. 권력실세와 맞닿아 있다는, 소위 '금융지주 4대 천왕'에 너무 의지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계 대선배들 앞에서 이렇다할 방향 없이 '눈치보기'가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조직의 수장으로써 '운때' 역시 김 위원장에게 맞지 않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빅이벤트를 앞두고 내놓을 '대책'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기질은 변치 않는 법. 김 위원장은 취임 6개월을 맞는 지난 4일 직접,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향을 브리핑했다. 이를 기점으로 김 위원장이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게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다.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해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면 그만큼 논란이 줄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닌 김 위원장이 이 숫자를 가지고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