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지난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고배당(5000억원) 문제를 놓고 '먹튀'니 '국부유출'이니 논란이 뜨거웠다. 그런데 수천억원의 '국부유출'이 금융자본이나 금융회사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매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머니에서 2600억원이 불필요하게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면 소비자들 반응은 어떨까?
비씨-비자카드 수수료 논쟁이 그렇다. 비자카드는 지난달 16일 비씨카드에게 자사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0만달러, 우리돈 약 1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비씨카드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라며 보름 간의 고민 끝에 이 문제를 공정위에 묻기로 했다.
비자카드는 제휴 카드사에 대해 자사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넷(VisaNet)'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지난 2009년 부터 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업체인 '스타'사와 전용망을 구축해 비씨카드 회원이 미국에서 현금 인출 시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또 중국 인롄(銀聯)카드와도 제휴해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인롄-비자카드로 결제할 때도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카드 회원은 해외 이용금액에 대한 1%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비씨카드가 최근 3년간 비자카드에 준 관련 수수료만 1200억원에 달한다. 카드업계 전체로 작년에만 2600억원의 수수료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반면 작년 신용카드 사용액 중 해외 사용액은 1.21%에 불과하다.
비자카드의 이중 잣대도 문제다. 비자카드는 비씨카드의 거래 상대방인 미국 스타사, 중국 비자카드발행사에겐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시티은행이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눈 감아주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의 비씨카드가 좀 더 만만한 상대였던 셈이다.
해외카드 사용 수수료를 놓고 논쟁을 벌인 비씨카드와 비자카드 문제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비씨카드는 4일 공정위를 찾아 이 문제를 정식 제기하기로 했다.
양측의 공방이 있었지만 소비자의 눈에서 보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씨카드의 문제제기가 합당하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지금으로서는 딱히 변화된 입장이 없다"는 의견만 내놨다. 지난 1일 한국을 찾은 이 카드사의 임원 역시 간담회 에서 별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고 뜬금없이 "내년 중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내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필요한 로열티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카드 사용자들도 굳이 1만원의 연회비를 더 내고 비자나 마스터 카드를 발급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카드 해외 사용이 거의 없다면 비싼 로열티 주고 비자 카드를 쓸 이유가 없다. 물론 그만큼의 이익은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