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금융위원회가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표로 자본시장에 이른바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에 방점이 찍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때 모든 규제를 없애겠다는 각오를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자통법 목표대로 자본시장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빅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 IB 두고 치열한 불꽃 튀는 경쟁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IB에 배타적인 업무를 허용하면서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해 3월 말 기준 상위 5개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는 대우증권 2조8632억원, 삼성증권 2조7986억원, 현대증권 2조6893억원, 우리투자증권 2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 2조4204억원 등으로 대형 IB라 할 만한 곳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대형 증권사라도 최소 14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 정도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상황이다.
각종 선진 금융기법을 통해 업무 영역을 파괴하는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초보 수준이라는 얘기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IB 자격을 갖출 경우 인수합병(M&A) 자금 대출, 기업 융자?보증, 비상장주식 내부 주문 집행을 허용토록 했을 뿐 아니라 연내 출범 예정인 헤지펀드에 대출할 수 있는 ‘프라임브로커 업무’도 가능하도록 했다.
때문에 IB를 놓고 대형사간 한바탕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기자본 기준인 3조원으로는 골드만삭스 등 세계 대형 IB와 경쟁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위 증권사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정했다”며 “자본력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NCR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한국의 미래 위해 자시법 개정"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금융부문의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미래 보장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형 IB가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이며 '자본시장법 개정이 한국의 미래'라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부분에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의 지속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뱅킹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는 강한 것을 만들어냈다. 우리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자본시장에 관한 우리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신성장 동력으로 떠 오른 중소기업에 직접금융을 지원하거나 우리 기업이 외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입체적으로 금융을 지원할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은 16.1%에 불과하고, 은행과 정책자금을 통한 지원 비중은 81%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지원을 할 만한 토대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은행업에 편중된 금융산업의 불균형 해소는 물론 기업에 대한 직접 금융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해답이 바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대형 IB의 탄생이라는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뉴스토마토 이승국 기자 inkle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