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같은값으로 휴대폰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KT가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페어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해 이동통신 시장의 낙후된 유통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폰 고객이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동통신 시장의 유통은 1990년대의 낡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KT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최초로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공정가격 표시)제도를 도입, 온·오프라인 매장 혁신을 통해 유통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공정한 가격..동등한 가격 '페어 프라이스'
'페어 프라이스'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정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이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같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KT가 최근 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객들은 휴대폰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온라인 정보 탐색을 평균 16.7회, 오프라인 매장 방문은 3.6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휴대폰 구입에 있어 가장 큰 불만으로 매장마다 다른 판매 가격을 꼽았다.
이처럼 고객들은 최종 구매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휴대폰 덤터기 경험도 종종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KT는 휴대폰 판매가격에 대한 고객 불신을 줄이고, 모든 고객이 동등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페어 프라이스'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들이 가격을 알고 있다"..유통구조 바뀔 것
그러나 KT는 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가의 휴대폰 구매에 따른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이동통신사에 보조금을 제조사에는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휴대폰 판매 대수는 총 2700만대로 여기에 투입되는 이통사 보조금은 4조2000억원, 제조사 장려금은 5조4000억원 등 총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T 관계자는 "이통사 보조금은 공식화돼 고객과 단말기간의 편차가 거의 없다"며 "반면 제조사 장려금은 규모와 모델별 차이가 커서 고객별로 상황에 따라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통사는 가격 경쟁으로 마케팅비용이 늘어나 결국 고객에 피해가 가고, 제조사도 해외와 국내 유통 구조가 달라 발생하는 가격 차이 때문에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페어 프라이스가 시행되면 제조사 장려금을 포함한 액수를 모든 매장에 공지하게 된다"며 "소비자들이 가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구속력이 생겨 대부분의 제조사가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 프라이스'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대리점끼리 가격경쟁을 줄여 고객 혜택을 더 낮출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대리점과 판매점들이 휴대폰을 더 팔기 위해 마진을 줄여서라도 할인폭을 늘리는 식으로 경쟁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영동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정모(43)씨는 "우리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고객에게 더 큰 할인을 줬다"며 "모든 매장의 가격이 똑같다면 누가 이 작은 가게까지 와서 구입하려고 하겠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KT는 페어 프라이스가 정착되면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이 확보돼 기존 유통망에 대한 제조사 장려금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출고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어 더 이상 보조금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통해 이동통신시장이 혁신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T는 이와함께 중고폰 양산과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중고폰과 공단말기를 통한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그린폰' 제도도 오는 9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