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 "카다피의 시대는 끝났다"
22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했던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와해됐다. 리비아 반군을 중심으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지 6개월만이다.
카다피 정권의 와해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리비아 시민군이 수도 트리폴리의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급속도로 진행됐다.
다만 무아마르 카다피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그동안 시위대에게 생포됐다고 알려진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도 이날 시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AP통신은 이날 알이슬람이 외국인이 머무는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리비아는 아직 정부군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주요 외신들은 카다피 정권 몰락에 대해 "시민군의 민주화 노력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프랑스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지난 2월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 민주화 열풍이 이집트에 거쳐 리비아의 카다피까지 권좌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리비아, 차기 지도자는?
이에 따라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서방국가들은 차기리비아의 정권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리비아의 새 정부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과 사르코지프랑스 대통령도 이에 카다피를 무력화시키는 데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따.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차기 지도자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 가운데 차기 리비아 정부의 수장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무스타파 압둘 잘릴 과도국가위원회 위원장이 꼽히고 있다.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그는 반군 진영으
로 망명한 뒤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의 구정권 이력때문에 그에 대한 반감도 상존하고 있다.
그 밖에 과도국가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아메드 지브릴과 반군 측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알리 타루니 등이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 민주화 혁명 탄력 받을 듯
한편 이번 카다피 정권이 와해되면서 중동의 민주화 혁명은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위대의 민주화 항쟁이 거세게 지속되고 있는 곳은 시리아와 예멘이다.
이 가운데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30년간 시리아를 통치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직접적으로 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국제사회도 이에 가세했다.
라미 쿠오리 중동 전문가는 "이번 리비아 반군의 승리로 국민적인 염원과 국제적인 지원 등이 결합되면서 아무리 강력한 독재정권이라도 결국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더 많은 국가들이 튀니지·이집트·리비아 등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비아의 원유 수급이 정상화되려면 앞으로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원자재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리비아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에도 내부적인 혼란이 계속돼 원유 생산과 수출을 빠른 시간 내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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